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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Nov 22. 2020

11월 어느 밤, 올해를 붙잡을 글

목표가 있는 삶_<굿 라이프> 중_최인철 지음

어느덧 11월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추위를 잘 버티지 못하는 저는 연말이 왠지 더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갔나 하고 다이어리를 살펴봅니다. 올 한 해 내가 목표했던 것은 무엇이고, 얼마나 이루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다이어리에 표시되어있는 중요 일정들을 보면서 이달에는 어떤 일을 했고, 무엇을 꾸준히 했고, 나에게 의미 있었던 이벤트들을 돌아봅니다. 조금은 허무했던 11월 밤을 그렇게 위로하며 마무리합니다.



목표가 있는 삶

소망성취목표를 전제로 한다. 의미 있는 목표를 성취하고, 그 목표가 자신의 소명이 되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의 핵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명, 성취, 목표라는 단어가 기피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어쩌다 소명과 성취, 목표라는 단어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일까? 어쩌다 우리 사회는 목표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삶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무의미한 노동을 되풀이하는 시시포스로 치부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우리는 목표를 포기해야만 행복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마르지 않는 행복의 원천이라고 칭송받던 '목표'가 워라밸을 위협하는 흉물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게 된 데는 목표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큰 역할을 했다.

굿 라이프 p203



돌이켜 보면 제 딴에 늘 열심히 살지 않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성적을 목표로 열심히 했고, 대학생 때는 그 언젠가의 취업을 위해 하나씩 스펙을 쌓아갔습니다. 입사해서는 조금 베짱이처럼, 여우처럼 꾀를 부려 상사 앞에서만 잘하고 뒤로는 여유도 챙기고 좀 하고 싶었는데, 천성이 그러지 못하고 열심히는 일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됐습니다. 그것이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목표를 앞에 두고 달려만 온 순간들보다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제 브라질 유학생활이 제 인생을 돌이켜볼 때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목표가 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절이었거든요. 목표라면 유학을 간 이유인 포르투갈(브라질)어를 잘하는 것이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친구를 만들고, 그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목표 추구가 되었으니까요.



행복에 관해 우리가 가진 프레임이 지나치게 협소한 까닭에 행복을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즐거움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어떤 대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거나 호기심으로 충만한 상태 역시 행복이며, 그런 관심과 호기심에 기초하여 의미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함을 제안했다. 행복은 행복을 추구하려는 강박적 목표를 가지고 노력할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부산물로 경험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행복 연구에서 목표를 행복의 '원천(wellspring)'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굿 라이프 p204



돌이켜보니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달려갈 때, 그리고 그런 나를 잡아주는 원동력이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마침내 해냈을 때 찐 행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브라질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것도 대학생 시절 2년 반 동안 학교 영자 신문을 만드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치며 얻게 된 선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일상의 소소함이 주는 여유를 느낄 때 더욱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 목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개인적 목표보다는 집단적 목표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목표란 늘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체중 조절을 위해 간식을 먹지 않기,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타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용하기, 물질주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등등 개인적 목표는 비록 우리의 연봉을 올리거나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우리 삶에 규칙과 질서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제공해준다. 우리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욱이기보다 타인의 기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오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개인적인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남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발견해야 한다.  

굿 라이프 p206



누가 뭐래도 열정적이었던 20대 30대를 보내고, 이제 제 인생이 크게 바뀔 것이 없을 것만 같은 30대 후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생에 무엇을 남겼나 돌이켜 보면 허무하다고 친구들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저와 비슷한 또래이지만 벌써 회사에서 임원이 되는 트랙을 밟고 있기도 하고, 해외 주재원을 나가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애가 둘이나 되는 학부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 또래가 이룬 성취에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 또한 제 나름 한순간도 허투루 산적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살다 보니 목표를 한대로만 살아지지 않고, 그것조차 제 삶이라면 받아 들어야 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도 배우는 중입니다. 문득 숫자와 나이가 젊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와 열정이 젊음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살만큼 살았다고, 더 이상 목표 추구할 것이 없다고 주어진대로 사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려 합니다. 11월은 아직 올해가 가기 전 1달이나 남은 시간이니,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저만의 목표와 성취를 위해, 남은 12월도 하루하루 살아낸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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