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매력적인 시작 글

by mmyoo

초등학교 일기장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일기는 몇 편이나 될까요?


'나는 오늘 무엇을 했다' 이렇게 써놓는 것이 글을 시작하는 나름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글이라도 한 문장 써놓고 나면 글쓰기가 편해지니까요.


요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나는 오늘'로 글을 시작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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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기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학부모님들이 할 일은 '나는 오늘' 대신, 글을 시작하는 다양한 문장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트 한 장을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이때 어렵고 부담스러우면 산만해집니다. 괜히 연필을 탓하거나, 지우개를 찾기도 하며 딴 짓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머님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고, 빨리 쓰라고 윽박을 지르게 되지요.


이때 어려워하는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주시라고 한다면 좀 무리일까요?


마음속으로 '지금 글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구나!' 이렇게 한번 생각해주셔요.


그리고 "왜? 어려워?" 라고 말문을 트고 "지금 무슨 말이 떠오르는데?" 라고 물어주셔요.


그리고 아이가 하는 말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대로 글로 옮겨 적게 해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기억을 못하곤 합니다. 그러면 그것을 기억했다 다시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그 한 문장에 기대어 글을 이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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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시작은 마치 소개팅에 나온 상대의 첫인상 같은 것입니다.


처음 만난 상대의 첫인상은 3분 안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첫인상이 좋은 상대는 더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몇 줄이 흥미로우면 좋은 인상을 갖고 나머지 글을 끝까지 읽게 되죠.


아이가 스스로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것은 화제를 어떻게 끌어내서 말문을 열고,


글을 읽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자신의 글을 계속 읽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작업입니다.


'나는 오늘' 대신 글을 시작할 때 들어가면 좋은 내용은 다양합니다.


시간, 장소, 사건, 인물, 인용 등 글을 시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 문학 작품에서는 종종 첫 시작을 시간이나 계절을 암시하는 문장이 사용되곤 합니다.


인간은 환경의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암시하기 위해 시간, 계절, 날씨 등을 묘사하는 글로 시작하지요.


아이들이 쓰는 일기에도 특별한 날의 감정 상태를 날씨와 시간, 계절 등과 연결 지어 시작하면 공감 가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날씨를 적기 위해 떠올렸던 계절성을 연결해보아도 좋습니다.


특별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상황을 주제로 정했다면 장소를 설명하는 글을 시작하면 인상적인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 탐방이나 현장학습을 갈 때는 장소에 대한 정보나 생각을 옮겨보면서 그곳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장소에 대한 묘사로 글을 시작할 경우 자세한 묘사나 설명을 하게 되므로 표현 연습과 문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침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평소와 다르게 집안이 너무 조용했다. 시계는 8시 반을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 준비를 하고 학교를 가도 지각이다. 갑자기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으악 엄마도 아직 자고 있었다.


봄 : 노오란 개나리가 아파트 곳곳에 피어 있었다. 햇살도 따뜻해져서 밖에 나가서 맘껏 뛰어놀고 싶은 날이다.


집 : 우리 집은 남산 옆에 있는 아파트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가끔 아빠와 걸어서 남산까지 등산을 한다. 남산까지 걸어가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린다. 아빠랑 얘기를 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남산에 도착해 있다.



그리고 일기 한편...


날짜 : 2012년 7월 27일

날씨 : 에어컨을 켜도 땀이 철철 나는 아주 더운 날씨

제목 : 키자니아에서의 국방부


'슈슈슉' 우리는 지금 국방부에서 시민구출 작전을 실행하고 있다 작전 성공! 우리는 시민을 구했다. 사실은 여기는 '키자니아'다.

우리(사촌이랑 같이)는 아르바이트 신문배달, 아나운서, 대사관, 칠성사이다. 공장 등등을 했다. 물론 제일 재미있던 것은 '국방부'이다. 국방부를 하려고 30분이나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국방부에서 갖가지 미로가 있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한 코스는 '로프타기'이다. 로프 타기는 3층 길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다. 나는 팀장이 되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따랐다.

12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놀다가 점심을 먹으니 아주 꿀맛이었다. 군인들이 밥이 맛있다더니 이해가 간다. 나중에 또 올 때는 키조(카자니아 돈)을 더 많이 벌어서 쇼핑몰에 가봐야겠다.


이 일기는 제가 가르친 아이가 실제로 쓴 글입니다.


키자이아에서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슈슈슉'을 연발하는 아이에게 '슈슈슉'으로 시작해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멋진 글을 완성했네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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