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레벨테스트에 발끈한 날

by mmyoo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어머님들도 바빠집니다. 아이 등하교도 신경써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원을 알아보는 일도 큰 일입니다.


어머니들만 바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유명하다는 학원으로 레벨테스트를 보러 다니느라 또한 바쁜 나날을 보내지요.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성향에 맞는, 혹은 아이의 실력에 맞는 수업을 제공하기 아이의 레벨을 테스트하는 일이야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딘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발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사건이 저에게는 두번째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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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초등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두고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해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J는 매우 똘똘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다녔고, 집안 분위기 또한 한글보다는 영어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이다 보니, 한글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아이로 자라게 되었다고 파악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거든요. '내가 영어를 잘하니까 엄마가 기뻐하는구나.' 이렇게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성장하지요.


저는 한글을 억지로 가르치기 보다는 한글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주며, 생활 속에서 한글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지도했어요.


예를 들어, 예쁜 카드를 사서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쓰고 부모님이 감동 받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죠.


또 당시 옥토넛에 빠져있던 아이를 위해 옥토넛 책을 사주고 그 안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가며 옥토넛 자료집을 만들기도 했어요.


다행히 그렇게 지도한 한 달만에 한글을 마스터 했어요. 책읽기를 즐기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재밌는 책은 곧잘 읽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잘할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잘해주었지요. 저는 그런 J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려고 했고요.



그러던 어느날, 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학원 레벨테스트 때문에 수업시간을 변경하고 싶다는 것이 전화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가능한 시간으로 수업을 옮기며 J는 잘할거라며, 레벨테스트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마시라고 조언해주었지요. 아이 교육은 마라톤이니 길게 생각하셨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절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세상 모르는 소리하지 말라는 어투로 레벨테스트에 떨어지면 갈 수 있는 학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최근의 교육 현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레벨테스트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로 실시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순진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랬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가르치겠다는 것인데... 잘하는 아이야 뭐 못 가르칠 사람이 어디 있어? 못하는 아이를 잘하도록 이끌어주어야 진짜 선생님이지!"


이렇게 부족한 아이를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겠다는 다짐을 했었지요.


그러다 점점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아주 골이 깊다는... 자칫하면 계속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저를 점 점 강하게 해주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대항해보자는 반골기질이 자극되었던 것 같습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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