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기네스북에 IQ항목이 사라진 이유

by mmyoo


유치원에서 대학입시가 시작되는 것 같은 괴상하고 공포스러운 느낌

영재원에 들어가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논리가 일반화된 현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떤 영재원이 좋은지, 또 어떤 학원을 가야 영재원에 입학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알려주시는 설명을 듣고 있으면 저도 혹하는 마음에 정말 그래야 하나 헷갈리곤 합니다.


제가 겪은 바로는 매우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조차 아이 교육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영재원에 들어가기 위해 4살, 5살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그리고 학원을 다녀서 만들어진 영재를 정말 영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을 치르며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아이들이 걱정됩니다.


영재원에 실패한 아이들 그리고 영재원의 경쟁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훈련을 통해 영재를 만드는 것,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영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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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영재에 열광할까요?


4살 아이가 미적분을 풀거나, 한자를 척척 외우거나, 몇 개 국어를 한다면 사람들은 흥분하게 됩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가정해서 한번 상상해 보았어요.


미적분이나, 몇 개 국어는 자신 없지만, 4살 아이에게 천자문은 외우게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를 한, 두 달 정도 잘 가르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천자문을 외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넘어를 생각하기 때문에 열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4살 아이가 천자문을 외웠으니,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어?'


'잘 키우면 최연소 노벨상에 도전해볼 수 있겠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화가 떠오르지 않는지요?


확언컨데 이것은 인간 지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오해입니다.


저의 의견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능을 연구한 서구 학자의 의견입니다.


사실 나는 순수한 형태의 지능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으며, 한 개인 혹은 그룹을 지능 프로파일로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기 위해 규정짓는 노력에 반대한다. 반면에 언제 어느 때나 한 사람 혹은 그룹은 특정한 지능을 보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유동적이고 변화할 수 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하워드 가드너가 그의 책 <지능이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일시적으로 아이큐 150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리시는지요?


이것을 증명하듯, 1990년 이후 지능지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네스북에서 아이큐 관련 항목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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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에 매우 유리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고성능 컴퓨터 같은 아이들이 분명 있습니다.


유난히 암기력이 좋거나, 수학 공식을 외우면 척척 풀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이들의 뇌는 학습을 놀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즐기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서 재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혹여 더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성능 컴퓨터 같은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학습에만 가두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인간의 삶이란 수학공식이나 외국어 문법처럼 논리적인 것도 아니며, 분명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좋은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감수성을 키워주어야 하며, 삶의 순간순간을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성도 키워주어야 합니다.


사람을 신뢰하고 관계를 형성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하고, 기다릴 수 있도록 인내심도 키워주어야 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도 키워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학습 이상의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며, 좋은 영화에 빠져보아야 하고, 좋은 글에 감동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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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물론 미국에서도 영재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영재교육이 아닌,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과거에는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오늘의 상황에 이르렀지요.


어린 나이에 속진 교육을 받아 대학에 입학한 영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안타깝게도 놀라운 연구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천재는 허구적 세상에만 존재하다는 사실이 조금씩 증명되었지요.


그래서 최근 미국의 영재교육은 40대에 자기 일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또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잘 거쳐내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교육 현실이 어느 날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봄날이 이렇게 오늘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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