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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26. 2017

'마법 같은 How are you'

우리가 잘 모르는 캐나다 에티켓 #1

캐나다(Canada)는 국기에 그려진 빨간 단풍잎 덕에 '단풍국'이란 이름을 얻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메이플 시럽과 강추위로 알려졌다가 최근에는 잘생긴 도깨비가 나온 드라마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워킹 홀리데이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유학과 이민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얼굴책(Facebook) 같은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과하다고 할 수 있는 순수함과 매너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캐나다를 소개하는 첫 글은 실제로 캐나다에 거주하며 새롭게 다가왔었던 사소한 에티켓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인터넷에 캐네디언(Canadian)들의 친절에 관해 우스갯소리같이 적어놓은 글들이 결코 많이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목적도 있다. 작고 소소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행동들을 이번 편에 풀어본다.

약간의 과장이 있는 인터넷 유머(출처: http://languagelog.ldc.upenn.edu/nll/?p=13246)

1.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3종 세트

캐나다에서 살다보면 정말 자주, 흔히 듣는 말이 Sorry, Excuse me, 그리고 Thank you 3종 세트다. 가장 흔한 예 중 하나는 사람들이 꽉 찬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지나다닐 때 좁은 공간에 억지로 자신을 쑤셔 넣거나 다른 사람을 밀치는 대신, 큰 목소리로 "Sorry, excuse me"라고 당당히 외치는 것. 그러면 미처 그 말을 듣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떻게서든 그 사람을 위해 길을 내준다. 공간의 한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비켜주지 못할 때 지나가야 하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사람들을 밀치며 나가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과하는 걸 잊지 않는다.


개인주의 사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과도하게 개인공간을 침해한다 싶으면 바로 "Excuse me"가 튀어나온다. 사람들에게 너무 가까이 붙거나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까운 공간으로 지나가야 할 때 머리나 어깨 위로 팔을 뻗어 무언가를 잡아야 할 때 캐나다 사람들을 저 말을 잊지 않는다. 한국에서 쓰는 "잠시만요"나 "좀 지나갈게요"와 같은 말이다.


쇼핑을 가서 물건을 보다가 질문이 있으면 손님들도 공손하게 "Excuse me"를 맨 처음에 붙이며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직원들은 친절하게 손님을 도와주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종업원에게 손님들이 자신이 주문하거나 계산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며 "Sorry, I am not ready yet"이라고 말하며 사과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기침이나 하품을 크게 하고 난 후에는 상대방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Excuse me"라고 말한다. 하품은 대화하거나 앞에서 보고 있는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기에 "Sorry"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길을 걸어가다 누군가에게 부딪히거나 누군가의 가는 길을 막았을 때도 바로 사과한다.


갖가지 예를 들었지만 누군가에게 사과를 한다고 해서 굽히고 들어간다고 여기지 않고, 다른 이의 개인영역이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가볍게 던지는 말로 생각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교통사고나 법적 문제에 휘말렸을 때 먼저 사과의 말을 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거라 생각해서 과실이 더 생긴다는 얘기도 있다).


3종 세트 중 마지막인 Thank you도 정말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손님이 종업원에게, 또 반대의 경우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걸 많이 들을 수 있다. 손님으로서 당연히 음식과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고 받는 권리인데 주문을 받고 나서 음식을 받을 때, 또 더 필요한 게 없냐고 질문했을 때 고맙고 괜찮다는 의미로 Thank you를 정말 자주 사용한다. 작은 친절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대부분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번역: 누군가 내 발을 밟았는데, 내가 Sorry 라고 말하는 걸 깜빡했어..(출처 : http://www.whiteboardconsulting.ca/2016/06/29/canad

2. 마법 같은 질문 "How are you?"

처음 캐나다에 와서 조금 어색했었던 것 중 하나는 캐나다식 인사였다. 한국에서는 지인을 마주쳤을 때 반갑게 인사하기는 하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듯 하는 인사일 뿐,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면서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다지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지인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상황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How are you?"가 인사말 바로 다음으로 뒤따른다. 심지어 커피숍이나 공공장소에서 마주쳐도 서로 바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서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게 익숙하다.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정석으로 받은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을 받았을 때 "I'm fine, thank you. And you?"로 바로 답하는 게 익숙해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캐나다에서는 듣기 힘든 굉장히 딱딱한 답변이다. 물론 이 질문에 사람들은 솔직하게 답하하기는 한다. 기분이 좋다, 나쁘다에서부터 자신의 일상에 대해 늘어놓게 하는 자물쇠를 여는 열쇠 같은 질문이 되어주기도 한다.


마법 같은 "How are you?" 질문을 통해 대화는 짧게는 몇 초에서 몇 분까지 길어진다.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게 학생 때부터 익숙해서인지 캐네디언들은 자신들의 아이들 얘기부터 시작해 시시콜콜한 얘기나 자신의 근황 얘기들을 그런 짧은 대화 속에 잘 녹여 넣는다. 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도 만난 듯 굉장히 사근사근하다. 밝은 표정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할리우드식 제스처가 대화 매너 중 일부인 듯하다.


한국에서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 가서 주문할 때 종업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주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는다. 손님으로 존중해주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친근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위에서 말한 "How are you?"를 흔히 듣는다. 손님이 주문을 위해 다가오며 인사말을 건넬 때 잘 모르는 종업원이 손님에게 또 심지어 손님들이 종업원들에게 묻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사치레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그걸로 인해 가끔은 상상도 하지 못한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출근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중요한 얘기에서부터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피트니스센터에 들리지 못했다는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까지 나누다 보면 어느새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를 넘어서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손님이나 종업원에 하루에 대해 듣는다거나 하는 대화는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도 이 간단한 질문은 대화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인사말을 건넬 때 이 질문을 한 번씩 던진다면 대화의 길이가 조금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캘거리=이양렬·송찬미 객원기자  ryeolee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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