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쌍둥이를 키우는 육아대디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집 앞 길목에 낮은 담장이 생겼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갈 때 유모차를 이용할 수 없어 너무 불편합니다. 알고 보니 그 도로가 사유지고 땅 주인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담장을 만들었더라고요. 얘길 들어보니 땅 주인은 "계속해서 내 땅으로 다니면 주거침입 죄로 고소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해요. 땅 주인의 이러한 행동은 교통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나요?
A 개인이 소유한 토지가 일반 사람들이 왕래하는 도로로 사용되는 경우 이를 이른바 '사도(私道)' 또는 '사실상의 도로'라고 하는데요. 이런 사도는 도로법상의 도로나 도로법의 준용을 받는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시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형법에 의하면 육로를 망가뜨리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해 일반 사람들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죠.(형법 제185조)
집 앞 길목이 주민들에 의해 공로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로 오랜 기간 동안 이용해 왔거나, 토지 소유자가 사실상의 도로로 제공할 당시 무상통행을 허용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자가 해당 길목에 담장을 설치해 주민들의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인정된다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담장의 설치가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에 다소 불편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정도로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는 않아요.
주민들이 공로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에 담장을 설치해 주민들의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 판례(1994. 11. 4. 94도2112 판결 참조)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연자를 포함해 해당 도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은 땅 소유자의 주장에 걱정이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상의 도로로 사용되던 길목에 토지 소유자가 담장을 설치했다면 담장을 통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겠죠. 안타깝게도 담장을 넘어 길목을 출입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의 주장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사연자의 집에서 공로로 갈 때 해당 길목이 유일한 통행로에 해당하고, 해당 길목을 통행하지 않고는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연자는 해당 길목을 통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요. 이를 주위토지통행권이라고 합니다(민법 제219조 참조).
사연자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이 성립한다면 사연자로서는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의 소,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토지를 통행하는 데 장애되는 물건을 설치하거나 통행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소로써 청구해 다툴 수 있을 텐데요. 주위토지통행권이 성립하는 토지라 하더라도 임의로 담장을 넘어 통행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로 토지 소유자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임의로 통행하기보다는 정식적인 법률절차를 통해서 해결하는 방안이 바람직합니다.
사도 소유자는 사람들의 통행 때문에 자신의 토지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한편, 주변 이웃들의 경우 해당 사도를 통해 공로로 통행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는데요. 결국 이 문제는 토지 소유자와 주위 토지 소유자 간의 상호 양보를 통한 원만한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죠.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사연자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이 성립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안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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