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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Dec 28. 2017

'모두가 도어맨?' 우리가 잘 모르는 캐나다 에티켓

지난번(☞'마법의 How are you'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캐나다 에티켓 #1)에 이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캐나다 에티켓 2편을 소개한다.


3. 문 잡아주기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캐네디언들은 심하게 친절해서 한참 멀리 있는 뒷사람까지 신경 써서 문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비현실적인 소리는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너무 먼 거리만 아니면 문을 잡아주거나 아니면 뒷사람이 들어오기 편하게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갔을 때 나는 문에 자주 부딪쳤다. 캐나다 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앞사람이 문을 잡아준다는 당연한 생각으로 문으로 돌진했는데 이미 닫혀버린 문으로 향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열린 문틈 사이로 통과하기 일쑤였다. 습관 때문에 뒷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어색하게 눈짓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바쁘게 자기 길을 갔다.

출처: https://pbs.twimg.com/media/BC8X0ZDCYAESC2r.jpg

바로 뒤에 사람이 있거나 1~2초 이내에 내가 있는 문에 도달한다 싶으면 문을 잡고 있거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게 캐나다에서는 흔한 행동이다. 1편에서 소개했듯이 감사의 말을 자주 쓰는 캐나다 사람들은 문을 잡아준 사람들에게 감사 표현을 하며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 신경 쓰는 걸 잊지 않는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퇴근길 지하철역에서는 이런 일이 릴레이처럼 되풀이된다.


위에 나온 그림 같은 경우를 실제로 겪기도 하는데 한 번은 문까지의 거리가 10m 가까이 떨어진 상태에서 누군가 문을 잡고 기다려 준 적이 있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행여 부담을 줄까 싶어 날 바라보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서 기다려준 그 친절한 사람을 위해 다급하게 문으로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이 따뜻한 친절함이 고맙기도 하지만 때로는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마치 어렸을 때 했던 '동대문을 열어라'라는 놀이에서 친구들의 팔을 빨리 통과해야만 하는 그 부담스러운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캐나다에는 노약자를 위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그중에서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은 공공장소 어딜 가나 볼 수 있는데, 뒤따라 오는 이들 중에 노약자가 있다 싶으면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그들을 위해 문을 열고 가만히 기다려준다. 지팡이를 짚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유모차를 끌며 낑낑대는 사람들을 위해서까지 사람들은 여유 있게 문을 잡고 있다.


4. 한국인으로서 지켜야 할 에티켓

캐나다는 매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각자의 문화를 유지하며 한 나라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국적이 다양한 만큼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과 다른 문화권 사람들(외국인들)이 함께 모이는 몇몇 약속 자리에 나갔을 때 한국인이 그리웠던 사람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한국어로 따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한국인들끼리 서툰 영어로 애써 대화를 나누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주위에 있는 외국인들은 뻘쭘하게 그런 한국인들을 바라보고 있거나 아니면 영어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편하고 더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겠지만 옆에 앉아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할 수 있다.

만약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았을 때 한국에서 특정 나라 사람들과 함께 모였는데 이 사람들이 한국어를 하지는 않고 자기네끼리 웃고 떠들며 외국어만 한다면 굉장히 난처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국 문화나 언어를 외국인들에게 알려주며 즐겁게 대화하는 건 즐겁고 유익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들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어색해진다면 그들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영어를 배우기 위해 캐나다에 온 것이라면 최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프리토킹이 가능한 선생님과 무료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


물론 한국인 중 특히 더 무례한 사람이 있고 친절한 사람이 있듯이 모든 캐네디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 에티켓을 따르지는 않는다. 마땅히 받아야 하는 상황에 1편에서 얘기한 3종 세트(Sorry·Excuse me·Thank you)를 받지 못할 때도 있었고 또 캐네디언 친구와 눈짓으로만 서로 지나가며 인사할 때도 있었다. 무조건적인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캐나다에서 통상적으로 통하는 에티켓이다. 캐나다로 오는 것을 꿈꾸며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이미 거주하고 있는 분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읽을거리가 되길 바란다.

캘거리=이양렬·송찬미 객원기자  ryeolee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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