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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an 02. 2018

노키즈존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따님 먹을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서비스에요. 맛있게 드세요~

최근 찾은 양고기 집에서 젊은 사장님이 아이를 위해 볶음밥을 만들어 줬다. 아이는 물론 우리 부부도 이미 고기를 많이 먹어 배가 불렀지만 '노키즈존' 논란으로 괜스레 아이 데리고 어디 가기 눈치 보이는 요즘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마워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다.


태평이를 낳은 지 5년. 그간 태평이는 사회화가 이뤄지면서 꽤 성숙해졌다. 이전과 비교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하는 일이 드물고 음식 등을 흘리는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점점 아이와 함께 식당이나 카페 가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갈수록 사람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 될 수 있으면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간다. 식당에 들어서면 아이에게 먼저 주의를 주고 나 스스로도 더 조심한다. 직원들에게 추가로 주문할 때는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를 항상 붙인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두 마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나올 때는 항상 테이블 위 아래와 의자를 깨끗하게 정리한다.


생각해보면 그날도 그랬다. 테이블 위치가 너무 창문 쪽이라 바람이 많이 새어 들어왔다. 아이가 혹시 감기에 걸릴까 신경 쓰여 자리 교체를 부탁했다. 부탁을 들어준 사장님에게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이후 사장님이 고기를 잘라 주기 위해 왔을 때 아이가 발을 움직이다 실수로 테이블 아래 있던 쓰레기통을 발로 툭 차 넘어뜨렸다. 역시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아이에게 "우리 나가기 전에 바닥에 떨어진 휴지 두 조각 다시 넣어두고 가는 거야"라고 일렀다. 사장님은 "괜찮아요~"라고 밝게 웃고는 잠시 후 볶음밥을 서비스로 가져다 줬다.


아마도 사장님이 아이와 함께 온 우리에게 볶음밥을 서비스로 준 건 '상호작용' 효과가 아니었을까. 손님으로서 예의를 지킨 것에 대한 식당 주인의 배려? 이전에도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던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노키즈존 얘길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갔다가 뒷골 당기는 일을 겪은 적도 있다.

돌이 갓 지난 태평이.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떼를 쓰기 시작하면 엄마 아빠는 혼이 나간다. 아이를 달래다 보면 사실상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거의 없다.

일례로 태평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 함께 쇼핑몰을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화장실 옆 코너로 데려가 "밖에서 이러면 안 된다"며 낮은 소리로 훈육을 했다. 그러자 지나가던 젊은 여성들이 "아니, 애가 우는데 달래지는 않고 왜 저래? 아줌마 집에나 있지" 하면서 한 마디씩 던지는 게 아닌가! 당시 나는 그들에게 "당신들도 다 이렇게 컸어요. 나중에 애 낳아봐요. 내 심정 알 테니!"라고 응수했다. 서로 노려보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있는 내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그날 사건 이후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남에게 이해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주의하고 내가 먼저 배려하자'고 말이다. (돌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남을 배려할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만약 지금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들에게 웃으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상황을 정리할 거다.


어차피 사람은 본인이 그 입장이 돼 보지 않는 이상 모든 걸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인지라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 한번 낳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이가 울거나 시끄럽게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특히 지금 아이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 중 일부는 평생 '아이'에 대해 모르고 살아가는 '비(非)혼자'일 수 있다. 그들은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를 낳고 얻게 되는 많은 소중한 것 대신 '자유'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자유를 온전히 느끼고 싶은 욕구가 강한 건 당연하다.


물론 이런 생각 대신 '당신들도 5000원짜리 커피 하나 시켜놓고 하루 종일 카페에서 죽치고 있지 않냐' 혹은 '공공장소에서 키스하고 스킨쉽 하는 것도 문제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러면 속으론 통쾌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시작된 이견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들다 보면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키즈존을 선언한 가게들도 그렇다. 가게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실익을 따져 고민 후 내린 결정이다. 해당 가게 사장님들은 어떻게 보면 큰 수익원일 수 있는 '엄마 손님'들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포기한 것이다. 최근 젊은 엄마들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시대적 상황에서 감정이 상한 엄마들이 발길을 끊는다면 가게의 미래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 데는 주인으로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가게 주인의 몫이다.


너무 평화주의자적 생각일까?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이 상호작용 아닌가. 내가 먼저 배려하고 조심하면 상대방도 나를 배려하고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물론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들에게 무턱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도 간곡히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따뜻한 눈길과 아량이 철창 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되는 '현실 육아'에 지친 많은 부모들에게 하루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기회와 잠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베풀 수 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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