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법 시즌2
Q 결혼 10년차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니다. 최근 아파트를 선분양받아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어요.
이 집을 위해 평생 아내와 저축하며 모은 돈과 살던 집의 임대차 보증금, 은행 대출까지 받았죠.
문제는 아파트 입주 후에 발생했습니다. 아파트가 완공돼 부푼 꿈을 안고 입주했는데 인근에 대규모 공동묘지와 쓰레기 매립장이 건설 중인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양받지도 않았을 텐데 분양 광고나 안내 책자, 모델하우스에서는 전혀 안내가 없었거든요. 이런 경우 법적으로 분양계약 취소가 가능할까요? 또 분양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A 내 집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도 참 안타까운데요. 질문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아파트에 살겠다고 생각하거나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해 살면서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를 원할 거예요.
이 같은 경우 분양계약을 취소해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 반환받을 수 없다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은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실텐데요.
부동산 거래에 있어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신의성실의 원칙)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어요. 이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만 아니라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 원칙에 의해서도 널리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죠.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살펴볼까요? 아파트 인근의 공동묘지나 쓰레기 매립장이 대규모이고 그 위치가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어서 분양회사가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안내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분양받은 사람들이 분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될 경우, 분양회사가 이 같은 사실을 안내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돼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게 됩니다. 즉 파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처분 또는 행위(사실 안내)를 하지 않아 사는 사람이 착오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죠. 이런 경우 분양 받은 사람은 민법 제110조에 따라 아파트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또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계약의 취소를 원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도 있고요. (대법원 2005다5812,5829,5836 판결, 대법원 2004다48515 판결 등)
뿐만 아니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사람이 공동묘지의 존재나 쓰레기 매립장 건설과 같은 사실이 없을 것으로 오인할 수 있고 분양계약의 체결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것이라면 분양받은 사람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에 따라 분양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요. 분양회사가 아파트 광고에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이 사기가 되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말이죠.
김태현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아파트 입지 조건이나 생활 여건에 관한 사항은 분양계약의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계약 해제나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 "분양회사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이 사기에 이를 정도가 돼야 취소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분양회사의 아파트 광고행위가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용어설명
△경험칙=경험을 바탕으로 체험해 알게 된 지식 및 법칙을 말한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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