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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Feb 11. 2020

[옆집언니 육아일기]아이들아, 건강하게만 자라 주렴

(출처=MBC 홈페이지 캡처)

"엄마가 너무 안고 싶어.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


지난 구정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전국이 공포에 떠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적신 다큐멘터리가 있다. 혈액암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딸아이를 가상현실(VR)로 만나는 엄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다.


사실 예고편을 몇 번 보면서 방송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보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슬픔을 주체하기 힘들 것 같아서'였고, 보려고 했던 이유는 육아를 하면서 자꾸만 잊는 '태평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고민 끝에 보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로 불안감이 엄습한 일상에 굳이 가슴까지 아프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을 본 지인들의 얘기를 들으니 안 볼 수가 없어 태평이를 재우고 남편과 함께 재방송을 봤다. 


다큐멘터리 초반에는 가족의 현재를 다뤘다. 예상보다 잘 지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 하지만 그도 잠시, 하늘나라로 간 동생을 '나랑 가장 친했던 너무 착한 아이'라고 말하는 오빠와 '저랑 친한 친구들은 다 가족들이 무슨 일이 있어요'라는 언니, '이 언니가 저랑 제일 잘 놀아줬어요. 보고 싶다'는 어린 동생의 짧은 멘트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을 살아야 하기에 서로 괜찮은척하고 있을 뿐 마음속으로는 동생을 언니를, 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길..

'꿀떡이 먹고 싶다는데 그걸 못 먹여 보냈어요'


아빠의 멘트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침 등원 전 바나나가 먹고 싶다는 태평이에게 "시간 없어"라고 핀잔을 주며 부랴부랴 유치원에 보낸 날, 뒤가 당겨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았던 게 오버랩됐다. 점심시간에 마트를 찾아 바나나 한 손을 사서 아이를 데리러 가서 손에 쥐여주면서 얼마나 안도했었던가. 그런데 나연이 아빠는 이제 그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꿀떡을 사줄 수조차 없으니..


'아무래도 아이랑 완전히 같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멀리 있을 때는 행동 같은 게 비슷해서. 괜찮았어요' 


가슴이 미어졌다. 최첨단 과학 기술도 딸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완전히 달래줄 순 없었다. 하긴 가족을, 특히 자식을 잃은 슬픔을 그 누가, 그 무엇이 달랠 수 있을까. 


태평이를 낳고 난 뒤 딱 한 번 태평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 남편이 놀라 나를 깨웠다. 꿈을 꾼 후 이틀이 지날 때까지도 그 아린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꿈에서의 기억도 지금껏 잊히지 않는데 실제로 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 어떨까. 감히 미루어 짐작하지도 못하겠다.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방송을 보면서도 보고 난 이후로도 남편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청하는데 태평이를 낳고 키운 지난 8년간 엄하기만 했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태평이가 실수를 했을 때 조금 더 따뜻한 말로 감싸줄걸, 태평이가 잘못을 했을 때 화내기보다 '괜찮다'고 말해 줄걸.. 수 백 가지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올라 쉬이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이런 후회를 하겠지. 그때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 하려면 오늘부터 태평이에게 더 자주 사랑한다 말하고 더 많이 눈 맞추고, 더 많이 웃어주고 더 꽉 안아 줘야겠다.' 


또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래야 우리 부모들도 행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S: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를 볼 때마다 당신의 눈물이 당신의 슬픔 이 하늘만큼씩 줄어들길 간절히 바랄게요)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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