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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an 05. 2021

코로나 비대면 수업 일 년..학부모 "달라진 게 없네요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중지로 한 달 넘게 비어 있는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입니다.

"제일 바뀐 게 없다면 공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일상생활은 물론 회사 생활도 확 달라졌는데 아이들 학교 교육은 1년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거의 없어요. 엄마 숙제는 여전하고 선생님들이 올리는 동영상 콘텐츠의 질도 솔직히 좋아진지 모르겠어요(경기도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32세 최지한 씨)" 


코로나19(COVID-19)로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한 지 1년이 다 돼갑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교육방송(EBS)을 통한 한방향 교육을, 2학년 이상부터는 컴퓨터나 태블릿PC 등 스마트디바이스를 이용한 쌍방향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데요. 부모들은 비대면 교육의 질이 올해 초와 비교해 나아진 게 없어 훗날 학력 부진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하루 30분짜리 방송 2과목을 보면 하루 수업이 끝나는 초등 1·2학년 학부모의 우려가 상당합니다.  

학교마다 등교 요일이 달라 이미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EBS를 통해 다시 보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공교육 비대면 수업의 질 여전히 '떨어져'.."1년 고민했다면 좋아지는 게 맞아"


초등 저학년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는 이연지(38세) 씨는 "1학년 정규 과정에선 국어는 한글, 수학은 1~100까지의 수 세기와 덧셈과 뺄셈을 배운다"라며 "앞뒤 빼면 15분짜리 EBS 강의를 보고 이 두 가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8세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공교육 관계자들이 의지가 있다면 아무리 정부에서 EBS만 보라고 한들 영상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충분히 추가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선생님들은 어차피 출근을 하지 않냐"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또 다른 학부모 최하나(40세) 씨 역시 "선생님이 동영상을 만들어서 올린 걸 보니 책을 읽어주는 게 다 였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 그런 영상을 만들게 아니라 선생님들 만이 할 수 있는 교육적인 콘텐츠를 담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학부모이자 교육 콘텐츠 업체에 근무하는 전태현(45세) 씨는 "요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교육 영상 하나씩 만들어도 과목별로 질 좋은 콘텐츠가 여러 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처음 몇 달이야 적응 기간이었다고 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진 게  없다는 건 변화를 싫어하는 공교육의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설학원 추가 등록·사립초등학교 경쟁률 치열.."공교육엔 아이 못 맡기겠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코로나 시대 이전보다 더 사설학원과 사립초등학교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지난 12월 초부터 학원이 집합금지 업종에 포함되면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됐음에도 학원이 공립학교에 비해 비대면 수업에 대한 질이 훨씬 낫다는 의견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진경(31세) 씨는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영어학원만 보냈었는데 2학기 들어 국어와 수학 학원을 추가하고 영어학원도 하나 더 등록했다"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라 대면 수업 대비 능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아이가 그저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안심이 되고 아이도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한 사립초등학교 추첨장에서 만난 박준수(48세) 씨는 "맞벌이라 따로 아이 공부를 봐주기 어려운 상황인데 주변에서 공립초등학교에 가면 돌봄교실이나 집에서 EBS 방송만 보는 게 전부라고 해서 놀랐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는 "사립초등학교는 학교에도 더 자주 가고 1, 2학년도 원격 수업과 추가 교육 영상 등을 통해 공부를 시킨다는 얘길 듣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정 경제가 쪼그라든 탓에 이 역시 쉽지 않은 학부모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빈부의 격차로 인한 교육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비 초등학교 학부모 최진철(35세) 씨는 "사립초등학교에 당첨이 됐는데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코로나로 아내가 회사를 쉬고 있어서 1년에 10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낼 수 있을지.."라며 말문을 흐렸습니다.  


최 씨는 "그렇다고 공립초등학교에 보내자니 나중에 사립초등학교 나온 아이들과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날 것 같아 이래저래 고심이 크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사립초등학교 38곳의 2021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6.8대 1로 전년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복수지원이 가능해지기도 했지만 3배 이상이나 경쟁률이 치솟은 건 코로나19 이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으로 보입니다. 


지난가을 아이를 공립초등학교에서 사립초등학교로 전학 시킨 김재윤(43세) 씨는 "아예 사는 지역을 옮겨야 해서 고민했지만 실제로 전학 시키고 나니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면서 "같은 코로나 시국에도 공립과 사립의 교육 격차가 심하게 크더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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