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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Mar 23. 2018

'미슐랭 별 하나'에 울고 웃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출처:미슐랭 가이드 홈페이지)

프랑스의 요식업계는 연초가 되면 술렁이기 시작한다. 웬만큼 이름난 레스토랑의 경우 2월이 가까워 올수록 주방의 분위기는 얼어붙는다. 아닌 척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을 내 보이는 셰프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1월 말이 되면 요식업계 인맥의 알음알음한 정보로 누구누구가 물망에 올랐다더라 하는 레스토랑 리스트들의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기다. 그리고 비로소 2월 초, 소문만 무성하던 수상자가 드디어 발표되면 셰프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식업계의 아카데미 시상식, 미슐랭 스타 발표다.


미슐랭(Michelin·미쉐린)은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다. 이 회사가 자사 제품보다 미식 평가 기관으로 세계인에게 더 유명해진 계기는 1900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미슐랭 가이드(Le Guide Michelin) 덕분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자가용이 확산되기 시작하던 20세기 초반, 미슐랭이 타이어 판매 촉진을 위해 프랑스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여행 정보 책자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 작은 가이드북은 1931년부터 자체적으로 엄격한 시스템을 갖추고 각 지역 레스토랑에 '별' 개수를 부여함으로써 현재까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레스토랑 평가에 있어 가장 신뢰받는 매체로 평가되고 있다.

미식의 도시 리옹의 단 하나뿐인 별 3개짜리 레스토랑 폴 보퀴즈(Restaurant Paul Bocuse)의 외관

에투왈(étoile)은 불어로 '별'이라는 뜻의 단어다. 이 단어는 프랑스 미식계에서는 단순한 별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레스토랑 에투왈레(Restaurant étoilé, 별이 있는 레스토랑)는 하나의 관용표현처럼 사용된다. 


레스토랑 에투왈레는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미슐랭 평가가 도입됐지만,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프랑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내가 프랑스에서 살며, 특히 레스토랑 업계에 종사하며 느끼는 미슐랭 별의 공신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 깊은 역사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식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미슐랭 에투왈에 대한 신뢰는 크다. 예를 들어 한 프랑스인이 어떤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레스토랑 추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친구가 A라는 레스토랑을 소개해줬을 때, 그는 그 레스토랑이 어떠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 레스토랑 윈 에투왈(Une étoile, 별 한 개)이야"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그 프랑스인은 군말 없이 그 레스토랑을 예약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한 프랑스인이 친구의 초대로 한 정찬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메뉴판을 받고 그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음식 가격에 놀라 친구에게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고 속삭일 것이다.


"이 레스토랑은 두제투왈(Deux étoiles, 별 두 개) 이거든"


그 친구는 바로 납득하고 주문을 시작할 것이다. 과장된 예인 것 같지만 미슐랭의 공신력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같은 인물이 강력 추천한 식당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가. 미슐랭 별은 프랑스의 황교익이, 그것도 100살이 넘은 황교익이 주는 극찬이다.

미식의 도시 리옹의 단 하나뿐인 별 3개짜리 레스토랑 폴 보퀴즈(Restaurant Paul Bocuse)의 내부

그렇기 때문에 그 별을 얻는다는 것은 셰프에게 있어 더할 수 없는 명예이며, 또한 당연히 레스토랑의 경제적 발전으로도 연결된다. 미슐랭 가이드가 발표된 그날부터 누보 에투왈레(Nouveau étoilé, 새 별이라는 뜻, 처음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칭함)들은 몇 주, 몇 달 간의 예약이 꽉 차고 만다. 몰려오는 전화에 영업을 할 수 없어 전화를 꺼 놓는 경우도 있다.


희(喜)가 있다면 비(悲)도 극명하다. 별을 잃은 레스토랑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과 실패의 이미지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때로는 셰프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2016년 리옹 6구에 르빠스떵 개업 후 단 2년 만에 별 하나를 획득해 모두를 놀라게 한 이영훈 셰프

마지막으로 미식의 도시 리옹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으로서, 리옹에 오는 한국인 여행자를 위해 '별을 가진' 레스토랑 중 두 곳을 추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리옹의 단 하나뿐인 3개의 별을 가진 레스토랑, 바로 올해 타계한 프랑스 미식 역사의 전설적인 셰프 폴 보퀴즈의 레스토랑(Restaurant Paul Bocuse)이다. 프랑스 전통 미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코스를 선보인다. 대신 그 명성만큼 가격이 비싸 정식 코스의 경우 인당 270유로(한화 약 35만원) 가량의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이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르빠스떵의 음식 사진

두 번째는 리옹 6구 골목에 자리한 작은 레스토랑으로, 2016년 개업 후 단 2년 만에 별 하나를 획득해 모두를 놀라게 한 젊은 한국인 셰프, 이영훈 셰프가 운영하는 '르 빠스떵(Le Passe Temps)'이다. 한국의 재료를 첨가한 정찬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모던한 프랑스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코스별 35~80유로 수준)

리옹=김지수 객원기자  kkotp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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