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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패밀리4+1]'입덧 전쟁'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by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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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덧'과의 전쟁(feat. 셋째, 너~~어?)

첫째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날 고생시켰던 입덧.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엄마 몸은 더 힘들어진다더니.. 셋째를 임신하고 시작된 입덧은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힘들다.


입덧 관련 기사를 쓸 때 많이 취재하고 공부했던지라 덜(?) 고생하는 방법을 이론상으론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입덧이 시작되니 감당 불가다. 물만 마셔도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 냄새는 아예 맡을 수도 없다. 억지로 음식물을 입에 밀어 넣으면 금세 구역질이 올라온다.


음식을 먹지 못하니 기운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힘들다. 두 아이를 돌보고 살림도 해야 하는 엄마다 보니 이불 속에 누워만 있을 수 없어 정말 미칠 노릇. 입덧 전쟁에서 내가 살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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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몸의 컨디션을 최대한 관리하려고 회사에 양해를 구해 출근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북적이는 만원 버스는 입덧 전쟁 중인 나에겐 정말 지옥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 땐 회사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 산부인과 응급실을 찾아 영양제 링거를 맞았는데 사실 그리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나마 내가 정신줄을 잡고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가족이다. 남편은 퇴근 후 내가 살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은 다음날 학교에 입고 갈 옷을 고르거나 준비물을 챙기는 등 스스로 자기 일을 해결했다. 그런데 대체 왜, 난 왜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몸이 힘든 것인가. (알쏭달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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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마 몸이 아파서" 입덧 핑계 대다 털린 지갑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론 심부름을 통해 벌어들인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재미에 빠졌다. 아마 많은 가정이 아이에게 소소한 심부름을 시키고 소정의 용돈을 주면서 경제관념을 가르칠 것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인데 조금 다른 점이라면 심부름값 겸 용돈을 줄 때 시급제를 적용한다. 그것도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에 딱 맞춰 말이다.


자신만의 경제관이 매우 뚜렷한 남편은 '어릴 때부터 노동에 대한 가치를 명확하게 가르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고 나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냉장고에 '2018년도 시간별 알바 시급표'를 붙였다.

1692_4201_510.jpg 우리집 시간별 알바 시급표(왼쪽)와 아이들의 '보물 1호' 저금통이다.

문제는 소소한 심부름에 대한 대가 치곤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아 심부름을 잘 시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계속해서 심부름을 필요로 했고 부모는 최대한 심부름을 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뉴스에 나올 법한 비글 가족의 최저임금제 폐해다. (ㅋㅋ)


남편이 외출한 어느 주말, 심한 입덧으로 누워 있던 내 눈에 너저분한 집안 꼴이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으니 집을 깨끗이 청소해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2시15분. 아이들은 청소를 시작했다. 놀이방을 청소하던 둘째 아이는 30분 만에 청소를 마쳤고 첫째 아이는 1시간이 지나도록 온 집안을 열심히 청소했다. 지갑 속 1만원짜리 한 장과 5000원짜리 한 장, 동전 몇 개를 확인한 나는 황급히 첫째에게 "집이 너무 깨끗해 더 이상 청소는 안 해도 되겠어!"라며 만류했지만 아이는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난 3시45분에 청소를 마무리했다.


청소의 대가로 둘째 아이는 3770원, 첫째 아이는 1만1300원을 벌었다. 두 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돈을 저금통에 넣었다. 비록 내 지갑 속 현금은 전부 사라졌지만 깨끗해진 집안을 보니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행.. 행복했다. 음.. 셋째가 태어나면 아이 셋이 용돈을 달라고 하겠지?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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