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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l 19. 2018

가족여행 망친 '항공기 지연', 보상받을 수 있나요?

알쓸신법

Q) 가족 해외여행을 떠나는 날,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춰 기분 좋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기체 결함이 발생해 8시간이나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출발하게 됐죠. 우여곡절 끝에 여행지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하고 짐을 찾으니 벌써 자정. 예약해둔 렌터카는 이용도 못한 채 비용만 나가게 생겼고, 교통편이 없어 예약한 호텔도 취소해야 할 판입니다.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일정이 꼬여버려 첫날부터 휴가를 망쳤네요. 공항에서 기다린 시간, 교통편, 숙소 문제는 항공사에서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항공사는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측에서 이러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죠(몬트리올 협약 제19조, 상법 제907조).


따라서 폭우나, 폭설, 강풍 등 항공기가 운항할 수 없는 악천후의 기상상태로 인해 항공편이 지연·결항 되는 경우에는 항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체 결함의 경우 그 결함이 정비와 점검을 완전하게 수행했어도 방지할 수 없는 결함이었다는 점을 항공사 측에서 증명하지 않는 이상, 이로 인한 항공편의 지연 또는 결항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출발할 예정이었던 이스타항공 여객기의 바퀴 감지기가 고장 나면서 해당 편 출발이 하루 늦춰진 사고가 있었죠. 승객들은 다음날 대체 항공기에 탑승했지만 이마저 장비 불량으로 출발하지 못했고 결국 예정보다 37시간이 지나서야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죠.


승객들은 운항지연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했고, 이에 대해 항공사측은 사소한 부품 기능 저하나 폭우에 의한 습기로 인한 합선 고장까지 사전에 모두 예방할 수 없다며 운항 지연에 따른 손해를 피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다했으니 면책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은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으로, 배상 책임과 관련해 협약 19조가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공기에 발생한 기체 결함이 항공사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 의무를 다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거나,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는데요.


항공사의 대응조치, 지연안내 및 추가 숙식제공 등의 조치, 코타키나발루에서 부산까지의 운항거리 및 소요시간, 원고의 연령 등을 참작해 피고에게 성인인 원고들에게는 각 90만 원, 미성년인 원고들에게 각 5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2018. 4. 11 선고 2017가단107238, 2017가단110326 판결).            

그럼 항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그 한도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항공지연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일반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인정되는 손해(통상손해)인 경우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반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생기는 손해(특별손해)는 항공사 측에서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민법 제393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손해의 발생과 그 범위를 살펴보면, 필요 시 적정 숙식비 등 경비를 부담하고 이에 더해 목적지에 도착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4시간 이상 12시간 이내 운송지연이 있었을 경우에는 지연된 해당구간 운임의 20%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8-2호) 별표2]


질문자의 경우처럼 기체 결함의 문제로 8시간가량 항공편이 지연됐을 때 항공사 측이 면책사유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해당구간 운임(항공편의 구입가 중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기타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의 20%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항공지연으로 인해 예약해둔 렌터카와 숙소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손해는 항공사 측이 예측할 수 없었던 손해이므로 안타깝게도 배상받기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도움말=윤문희·황수정 법무법인 상상 변호사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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