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주말에 온 가족이 고깃집에 갔습니다. 아이가 매장 안을 뛰어다니다가 불판을 갈아주고 가는 직원과 부딪혀 팔에 화상을 입었는데요. 해당 음식점에서 병원비 전액을 손해 배상 받을 수 있나요?
A 가족과 함께 즐겁게 외식하러 갔다가 아이가 다쳐 속상하셨겠어요. 아이가 음식점에서 뛰어다니다가 입은 상처라 종업원과 점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높은 온도의 물이나 음식, 식기류를 운반하는 식당의 종업원에게는 주의를 기울여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점주(사용자)는 종업원에게 철저한 안전교육을 하는 등 종업원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죠. 따라서 이 경우에는 종업원과 점주의 과실을 물어 이들을 상대로 치료비, 위자료, 일실이익(손해 배상 청구의 발생 사실이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과 같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는 △상해의 정도 △상해의 부위 △치료 기간 △후유장애여부 △피해자의 연령 △피해자의 성별 등에 따라 인정 여부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리고,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 후에도 흉터가 남거나 피부이식수술이 필요하다면 아이와 부모의 위자료 청구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 역시 아이의 안전을 위해 단속할 의무가 있죠. 아이가 매장 안을 뛰어다니도록 방치한 이상 부모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보입니다. 종업원과 점주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경우 아이 부모의 과실을 고려해 종업원 및 점주의 책임이 일부 제한될 것으로 보이네요. 이를 과실상계라고 하는데요.
지난 2011년 3월 한 월남쌈 식당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이가 식당에 있는 놀이방에 가기 위해 뛰어가다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나르던 종업원과 부딪쳐 얼굴과 목, 가슴, 팔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높은 온도의 물이나 음식을 운반하는 종업원은 주의를 기울여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고, 업주는 뜨거운 물이나 음식이 담긴 그릇을 손님에게 운반하는 등 접객업무를 수행하면서 손님과 부딪혀 손님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안전교육을 하는 등 종업원을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아이도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데 소홀했고 부모도 아이를 단속할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며 원고의 과실비율을 30%로 정하고,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책임을 70%로 한정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3. 11. 7. 선고 2012가합19126 판결).
아이가 초등학생 정도 된다면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위 판례에서 화상을 입은 아이는 만 7세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아이의 연령을 고려할 때 사리 변식 능력이 있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종합하자면 이번 사건은 아이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부모의 과실이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서는 아이 본인의 과실도 인정될 수 있겠죠. 종업원과 점주에 대해 병원비 전액을 청구할 경우 아이와 부모 측의 과실비율에 따른 배상액 감경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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