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렬되지 않은 마음

선생님은 방황 중

by 담연

“선택정렬, 버블 정렬이요?”

하고 깜짝 놀란 맘을 추슬러 물었다. 아이들에게 정렬을 엔트리(블록코딩 툴)로 가르친다고 하셨다. 같은 정보 교사지만 같은 정보 교사가 아니다. 나는 수포자이자 영어 선생님이었던 비전공자 교사였으며, 6개월짜리 복수전공 연수를 통해 정보 과목으로 전과를 했지만 프로그래밍 과목은 꼴찌를 차지했었다. 정렬이 컴퓨터 공학의 기본이라지만 내게는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분명 약 5년 정도 재미있게는 가르쳐 왔건만 그동안의 것들은 간단한 게임들을 드라마 쪽대본 써서 외우듯 그렇게 가르쳐 왔던 것이었고, 이번 선생님의 제안은 그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뛰어넘는 난이도의 것들이었기에 심장이 덜덜 떨려왔다. “애들 다 잘 따라와요~ 선생님도 잘하실 거면서.”


그 후의 프로그래밍 수업이 있기 전마다 나는 ‘숨O’에서 선생님을 찾아 헤매며 정렬에 관해 수업을 들었다. 심지어 한 명이 아니라 세네 명의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진땀을 뻘뻘 흘리며 수업을 할 수가 있었다. 혹시나 설명이 틀릴까, 알지 못하는 부분의 질문을 받을까 온종일 겁을 냈으며 수업 준비실에 앉아 있으면 들리는 다른 선생님의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에 내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쳤다.


제일 큰 위기는 바로 평가였는데 학생들의 과제를 채점하면서도 내가 준 점수에 스스로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수십 번을 주저하다 동료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수업 불안증 같은 것이 시작되었던 것은. 그리고 그 불안은 내 안의 ‘교사’라는 정체성이 흔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 나는 잘못된 길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를 옮겼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수업을 괜찮게는 하는 편이었고 아이들도 만족했었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수업이었다. 코딩 학원을 다니고 연수를 들으며 코딩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지만 수업 준비를 미리 해두어도 코드를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보며 걱정을 했다. 재미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과하게 준비하려고 했고 지쳐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일이 잦아졌다. 진도가 심화될수록 불안감은 더 심해져만 갔고 어느 순간 컴퓨터실이 마치 감옥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점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졌다. 결국 어느 날부터 가끔씩은 아이들에게 몸이 좋지 않다며 자습을 시키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내가 무너져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전과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간단히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후회를 했다.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 하고 교육청에 전화를 해 봤지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우울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달아날 곳이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의사의 입원권유를 떨쳐버리고, 병가를 낸 어느 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은 채, ‘도대체 왜 내가 이 일을 시작했던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냥 계속 버티고 있다. 하지만 버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가끔씩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떠올린다. 지금의 나는 아마도 그때를 기다리며, 잠시 쉬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더 이상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이 모든 고민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는 과정이라 믿으려 한다.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나는 이미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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