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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2

경제적 자립이 중요한 거야

by 묘운

둘째 날이 되었고 우리는 아침 일찍 움직이기 시작했다. 7시부터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가 해동용궁사로 향했다. 그는 믿지 않았지만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는 그곳에서 나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마이클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놀리기 시작했는데 나는 기독교인라서 절에 왔더니 평온함을 찾았다고 하니 "예수님께서도 용서해 주실 거야. 네가 Move on 하더라도." 라며 놀리는 것이다.


해동용궁사에서 치즈 꿀 호떡을 먹고 우린 태종대로 향했다. 2-3시간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줘서 고마웠고 그의 멋있는 옆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사진 찍는 걸 싫어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진을 찍게 해 주어서 좋았다.


태종대를 걸어서 지친 우리는 이디야 커피에 가서 밀크티와 녹차라테를 마시고 좀 쉬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가져와 부산역으로 향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저녁 먹을 시간이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부산역 근처에서 맛있는 돼지국밥을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해서 서울로 돌아와 나는 집으로 향했고, 그는 그의 레지던스로 돌아갔다. 그는 좀 아쉬워하는 것 같았는데 유니폼을 가져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다시 그의 레지던스로 향했다. 그에게 떡볶이를 해줬고 나는 크리스마스 맞이 빨간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우리는 신촌에 있는 차백도(차판다)에 가서 밀크티를 마셨다.


그는 나에게 또다시 말했다. "난 널 진지하게 생각해. 그래서 한국에 자주 오는 것이고 내가 볼 땐 난 진지한데 넌 아닌 것 같아." 내가 저축을 잘하지 못해 그와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나온 그의 말이었다.


그는 얘기를 하다가 친구 루카의 연락을 받고 텔레그램을 했는데 의사 여자친구가 있는 루카 얘기를 하면서 그가 50살까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고 해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에게 "너도 50살까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라고 하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에게 친구 루카가 왜 결혼을 50살까지 하고 싶어 하지 않냐고 하니 "자 네가 문이 열린 상태로 나와 갇혀 있는 거랑 문을 내가 잠그고 너와 갇혀있다고 생각해 봐 느낌이 다르지? 네가 선택해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과 네가 갇혀버린 건 다르잖아. 루카 부모님은 어머니가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해서 아버지를 떠나지 못했어. 루카는 그걸 알고 그렇지 않은 의사 여자친구를 선택한 거고. 언제든지 경제적으로 의지 않은 채 자기 선택에 의해 그와 함께 있는 사람을 말이야. “


그의 얘기를 듣고 더욱더 경제적으로 그에게 의존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돈이 많은 그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는 덧붙여 말하기를


"너가 내 딸이였다면 자랑스러웠을 거야. 대부분의 면에서 잘하기 때문에. 성숙한 부분도 있고 미성숙한 부분도 있어 그렇지만 귀엽잖아? 그렇지만 내가 아빠는 아니잖아" 라고 말하길래 그에게 미성숙한 부분이 뭐냐고 했더니 경제적인 부분에서 미성숙하다는 점과 성숙한 점을 물어보니 대답을 한참 동안이나 안해서 대략적으로 성적으로 성숙하다고 말하고 싶어하는데 말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Texting? (문자할 때) 성숙하지 않아?" 라고 물어보니 동의를 했다. 대부분의 20대 일반 한국인들에 비하면 연락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이렇게 얘기를 하고나서 우리는 또 다시 헤어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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