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이혜훈이고 지금도 이혜훈... 이상하지 않나

같은 사람이지만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에 대하여...

by 조통달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힘 중진이었던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언론이 모두 놀랐다. 가장 당황했던 것은 역시 이혜훈이 소속되어 있던 국민의힘이었다. 국민의힘은 얼마나 급했던지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지명 당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라고 밝혔다. 이혜훈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날 오후 2시께까지도 국민의힘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협위원장이었다.



국회의원 시절과 정치인일 때는 잠잠하던 물결이 장관 후보 지명 직후부터 의혹이 쏟아지며 파도가 휘몰아쳤다. 재산 급증과 부동산 거래 의혹은 물론, 보좌진과 인턴을 대상으로 한 폭언·갑질 논란, 가족의 대부업 투자·투기 논란까지 정치권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후보자 지명 후 전 소속 정당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추진하겠다고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지명을 철회하라"라고 공세를 펴고, 일부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청문회에서 판단하자"라고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왜냐고? 이혜훈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일 때도 이혜훈이었고,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된 지금도 이혜훈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왜 며칠 사이에 공방이 바뀌는 것일까? 국회의원과 정치인 시절에는 왜 이 모든 게 조용했을까?

IE003567634_STD.jpg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6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6.1.6 ⓒ 연합뉴스


장관 후보가 되면 사람이 달라지나



장관 후보가 되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비추는 조명이 달라지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달라진다. 국회의원일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던 일들이, 장관 후보가 되는 순간 "이 사람한테 국가 예산을 맡겨도 되나"라는 질문으로 바뀌고 장관 후보의 과거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슬그머니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국회는 입법기관에서 '싱어게인'이나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장이 된다. 인사청문위원으로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호통을 치고 평가하는 심사위원 호랑이가 되고, 장관 후보자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이고 호통을 듣고 반성하는 양이 된다.



그런데 웃긴 건, 이 인물이 이미 수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다수 공천을 받고 언론에 비쳤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여러 번 공천을 받아 3선까지 한 경력이 있는데도, 보좌진 갑질 논란 등은 후보 지명 직전까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혜훈도 이혜훈이고, 그 보좌진도 그 보좌진인데, 갑질 논란은 이혜훈이 국민의힘에서 제명되고 나서야 터졌다. 왜 그럴까? 국민의힘을 떠났으니 이제 터뜨려도 되겠다고 생각한 걸까?



한국 정치에는 오래된 속설이 있었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출신들은 청문회에서 잘 안 떨어졌다. 한때 같이 의정 활동을 했던 사이라서 뭉갤 것은 뭉개고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현역 의원은 청문회가 그저 통과 의례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한동안 '현역 의원 불패'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2025년, 보좌진에게 함부로 했다는 의혹을 받던 강선우 의원은 장관 후보가 되자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이 일은 한 가지를 보여준다. 장관 후보는 문제가 하나라도 크게 드러나면 그 자리에 설 수 없지만, 국회의원은 문제가 있어도 그만두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왜 의원 때는 조용하고, 장관 후보 때만 시끄러운가



왜 국회의원 시절엔 조용하고, 장관 후보가 되면 시끄러워질까. 의혹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그제야 말해도 되는 이유, 말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가 되는 순간, 묻혀 있던 과거의 포장지가 뜯기고 드러난다. 뜯긴 과거에 대한 폭로는 묻히지 않고 검증은 주목받는다.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야당에는 공격의 시간이고, 여당에는 방어의 시간이며, 언론에는 클릭이 되는 순간이다. 특히 피아가 바뀌어 공격해야 할 대상이 된 장관 후보자는 전직 보좌진이나 관계자에게 있어 "이제 말해도 되는 시점"이 열리는 것이다.



보좌진 폭언·갑질 논란은 시민단체에서도 문제 제기됐고, "폭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일명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비판이 나왔다. 또 가족이 대부업체에 투자한 정황과 관련해서도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 방식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재산 문제 또한 국회의원 퇴직 이후 6년 사이 110억 원 이상 증가한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국회의원이나 야당 정치인 시절에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장관 후보가 되는 순간 물밑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결국 장관 후보가 되어 드러나는 의혹들은 대부분 새로 생긴 비리가 아니라, 이제야 드러난 비리인 것이다.



국회의원과 장관, 뭐가 다르길래



국회의원과 장관의 신분과 권한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한다. 장관은 행정을 집행하고 예산을 쓴다. 하지만 책임의 본질은 같다. 둘 다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일하고 급여를 받고, 세비를 받는다. 급여나 세비나 이름만 다를 뿐,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다.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에게 이중 잣대가 생기면 시민들은 이렇게 학습한다. 국회의원은 "대충 그래도 되는 자리", 장관은 "털면 안 되는 자리".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떠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최악의 학습이다. 국회는 성역이 아니고, 국회의원은 잘못을 해도 넘어가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가 성역이 되는 순간, 장관 청문회가 아무리 엄격해도 국정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관 후보 상당수가 정치권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청문회 때만 정의로운 척하는 나라는, 청문회 때만 더럽다. 해법은 단순하다. 장관 후보에게 들이대는 기준을 국회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된다. 다 한 번 털어보자는 것이다. 재산, 이해충돌, 갑질, 탈세, 부동산, 논문·경력… 이 모든 걸 상시적으로 검증하면 된다.



이미 과거 정부들도 여러 가지 인사 원칙을 제시해 왔지만, 그 잣대가 임명직에게만 더 많이 적용되는 순간, 그 기준은 원칙이 아니라 정치의 도구가 된다. 의원실은 작지만 권한이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몰린 곳이다. 의원 보좌진은 생계가 걸린 일이라 국회의원 임기 중에는 갑질과 같은 문제를 겪어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혜훈 장관 후보자처럼 소속이 변경되거나 우리 편이 아닐 때, 뒤늦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 필요하다. 그 상식은 의혹이 있으면 청문회가 아니라 재임 중에도 검증돼야 하고, 검증은 장관만이 아니라 의원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벌의 기준으로 충분하다



이혜훈 후보자 지명은 정치적으로 파격이었다. 그 파격이 성과로 남으려면 청문회가 정치 쇼로 끝나선 안 된다. 동시에,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장관 후보니까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라서 문제"라는 원칙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나 더! 꾸역꾸역 청문회를 넘겨 장관이 되더라도 지금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청문회만 넘기면 청문회 때 제기된 논란은 뭉개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인 시절이나 장관 후보자나 장관이 되어서도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다.



국회의원도 장관도 결국 국민의 봉사자다. 봉사자를 보는 눈이 두 벌일 필요는 없다. 국회에도, 정부에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될 때, '장관 후보만 되면 갑자기 터지는 나라'는 끝난다.




*이 글은 2026년 1월 6일 오마이뉴스에 투고하여 게재된 글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Soccer'를 걷어차고 'Food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