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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Apr 22. 2020

"아부지만 건강하시면 됩니더"

백수일기_5

오전에 두 군데 병원을 다녀왔다. 경산 중앙병원과 청도 대남병원. 경산 중앙병원은 아버지 우울증과 수면유도제를 처방받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혼자 대리처방을 통해 약을 구입해 왔다. 청도 대남병원은 아버지와 함께 갔다 왔다.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다. 집단 발병으로 병원이 폐쇄되고 이번 주 월요일에 겨우 다시 문을 열었다.

병원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병원 대기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접수를 하고 곧바로 신경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사소견서’를 받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내가 시키는 대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약국에서는 내가 뽑아준 자판기 율무차를 말없이 마셨고, 약사가 주는 싸구려 쌍화탕도 급하게 마셨다. 약을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부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약 잘 묵고, 엄마 말 잘 들으면 됩니다. 요양병원은 제가 안 보낼 겁니다. 약 잘 묵고 건강하면 됩니다.”

아버지는 힘없는 눈으로 창문만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다. 그 모습에 그만 눈물이 왈칵 났다.

어제는 동네 형님이랑 창녕에 있는 화왕산을 다녀왔다. 700미터 조금 넘는 산이지만 무척이나 험했다. 정상에 있는 화왕산성과 억새밭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집에 오는 길에 창녕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순대전골 맛집에서 밥도 먹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 보는 집사람이 생각났다. 미안하지만 다음 주에 또 그 형님이랑 등산을 약속했다. 난 죽일놈인가 보다.


<화왕산 탐방> 2020년 4월 21일. 동네 바보형 김호일과 창녕 화왕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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