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타임 다 찼다면 이제는 안전구역에서 나와야 할 때
운동과는 거리가 멀던 나는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몸에 힘이 들어가는 변화를 즐기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물에서 힘 빼고 둥둥 떠다니기만 하면 되니 수영에서도 배영이 제일 좋다고 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확산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셧다운 사태가 즐길거리 오락거리를 모두 앗아갔다.
몰두할 게 필요했던 나는 무작정 러닝머신 위로 올라가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 홀로 뜀박질은
야외 달리기로 넘어가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 참가로 이어지며 꽤나 오랜 취미가 되었다.
찌뿌둥하면 뛰고 심심해서 뛰고 활력이 필요해서 뛰었다.
뛰다 보면 잡다한 생각으로 꽉 막혔던 머리는 말끔하게 비워져서 개운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부정적인 생각은 러너스하이 구간에 들어서면 툭하고 끊어져준 덕분에 다시 긍정회로를 돌릴 수 있어서 좋았다.
체력보다는 멘탈관리를 위해 뛰었기에
정량적인 기록은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당한 속도로 호흡을 고르며 기분 좋을 정도로만 뛰는 게 안주하려는 모습은 아닐지, 어쩌면 좋게 좋게 포장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긍정 회피 성향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세이프존에 머물면서 성장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정말로 잘 뛰고 싶다면 최고 속력으로 스프린트 하는 단거리 연습과 호흡을 트이게 하는 장거리 훈련 병행이 필수다.
80% 에너지로 적당히 뛰던 안전구역에서 벗어나
100% 에너지를 쏟아 전력질주도 해보고
들이마신 숨을 모두 내뱉을 때까지 오랫동안 뛰어보는 레이스에 들어서봐야
현실을 파악하고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 메타인지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목표 설정도 가능하다.
쿨타임 다 찼다면 이제는 안전구역에서 나와야 할 때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듯이
진정으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면
세이프존 밖으로 나아갈 타이밍은 “바로 지금”
앞으로는 장거리 단거리를 섞어가며
내 발로 뛴 기록들을 상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생각에
벌써부터 다음번 뜀박질이 기대되고 설렌다.
#러닝 #러닝일기 #세이프존 #안전구역 #전력질주 #새로운시작 #도전 #성장 #한계 #쿨타임 #에세이 #공감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