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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헤니 Mar 06. 2024

툭툭이 소리 tuk-tuk

내가 있을 당시에 그 흔한 grab(그랩)은 볼 수 없었고, 공항에서 가끔 보이는 택시와 툭툭이 뿐이었다.

엔진소리가 툭툭 난다고 해서 동남아시아 일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흔한 교통수단인 툭툭이는 유일하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었다. 


툭툭이로 기껏해야 10분거리의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한줄로 즐비해있는 툭툭이 기사들을 눈으로 훑은 바가지를 씌울 같지 않는 쪽으로 걸어간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여전히 편도 2불을 1불로 깎기 위해서, 1-2분 가량을 더 힘을 써야했다. 


평소와 같았으면 적당한 거리는 걸어서 다녔겠지만, 캄보디아의 도로포장의 상태는 오토바이가 지나간 거리에 흙이 날리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로 분진이 뿌옇게 일어났으며, 인도와 오토바이 도로의 경계가 모호한 탓에 걷기엔 꽤나 위험하다는 첫인상에 지레 겁먹고 툭툭이를 타고 다녔다.


사실 사람사는 곳은 똑같으며, 형태의 차이일 뿐인데 낯선 땅에서의 자신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부단히 방어적으로 벽을 쳤다.  


긴장상태의 지속으로 유난히 버거울 때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훅 찾아온다. 그럴때마다 나는 이런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와트로 갔다.

그 사원이 가고싶어서가 아니다.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그 사원으로 도달하기 까지의 길이 사색하기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앙코르와트 가는 길 _툭툭이에서


도로 양쪽으로 빼곡히 심어져있는 푸르른 나무들 사이를 달리는 툭툭이를 타고 있으면, 나무가 만들어놓은 그늘에 바람까지 더해져 피톤치드가 내 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을 좋아했다. 우기일 때는 비의 비릿한 냄새가 유난히 주황빛을 띄는 흙바닥에 스며들었고, 툭툭이 소리와 빗소리가 뒤엉켜 그것이 쿰쿰한 냄새로 다가왔어도 그때는 그것이 그리 낭만적일 수 없었다. 

 

한두번은 '아 선선하다 좀만 더 걸어야지' 와 같은 제목의 유튜브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틀며 로케이션 촬영을 온 여주인공 마냥 상상에 젖었지만, 어느 순간 이어폰은 내 귀에 더이상 꽂혀있지 않았다.


한 블럭 건너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도심은 얄짤없는 햇빛에 아스팔트에서 반사된 복사열까지 더해 답답하기만 한데, 이 길은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들리는 소리는 오직 tuk - tuk 뿐.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때 필요한 메트로놈(metronome)처럼 오직 나에게는 툭-툭-툭-툭 일련의 리듬감을 가진 이 소리가 정신적 평화까지 선사한다. 


tuk-tuk의 소리가 나의 심박수 BPM에라도 맞았던 것 처럼, 단순하고 일정된 리듬과 소리는 더이상 소음이 아니라 긴장을 완화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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