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놓으려던 그날, 우리 아이가 왔다
몽유병이 이끌어준 그날 아침,
우리는 마치 어젯밤의 싸움이 없었던 것처럼
한 침대 위에, 따뜻한 이불 아래 서로를 안은 채 누워 있었다.
“왜 내 방에 들어와서 자고 있어?”
“몰라. 기억 안 나.”
“으이그… 인간아.”
“그만 말해. 머리 아파...”
누군가 먼저 일어나면
어젯밤, 우리가 뱉어버린 말들이
진짜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서로의 온기 속에 숨어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로 아침을 넘겼다.
“술 먹고 막말한 것도 기억 안 나지?”
“… 몰라. 그냥 이렇게 안고 좀만 더 있자.”
그때,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오빠… 나 이번 달 생리를 안 해.”
한순간에
공기가 멈춘 듯
시간이 멎었다.
아내의 몸은, 말없이 변화해 있었다.
그 조용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너무 늦게 눈치챘다.
우린 너무 자주 싸웠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시간보다
각자의 방에서 자는 날이 많았기에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없었다.
"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집에 임테기 있는 걸로 화장실 가서 한번 검사해 봐."
그 말에 얼른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 아내.
잠시 후—
화장실 문 너머로 날아온 비명.
“아!!!! 뭐야 이게!!!!!!!”
화들짝 놀라 달려가
아내의 손을 본 순간—
붉은 두 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았던 날보다
싸우고, 침묵했던 시간이 많았기에
우리는 2세 계획이나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임신테스트기 정확하다곤 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같이 병원 가볼까?"
"이따가 병원 열면 혼자 가볼 테니까 오빤 얼른 출근준비해. 늦겠다."
"아.. 알겠어.. 그럼 병원 가서 바로 전화 줘."
그 말에 난 정신없이 출근준비를 하였고,
어떻게 출근을 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회사에 나와야 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몸은 출근했지만,
머리는 병원 대기실에 가 있었다.
그러던 중,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렸다.
부우웅… 부우웅…
“오빠… 어떡해. 임신 5주 차래…”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터졌다.
내 감정이 다치는 게 무서워, 먼저 날카로워졌고
그렇게 나는, 아내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우리에게 온 축복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했고,
고마웠다.
“오빠… 울어?”
“응… 왜 눈물 나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만 울어. 나도 무서운데 오빠까지 그러면 어떡해.”
“... 어. 알았어.”
“오빠가 우니까 나도 계속 눈물 나잖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철없고 멋없는 남편이었다.
그때로 돌아가
한마디라도 더 해줄 수 있다면
나는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지켜줘서 고맙다고.”
우리는 그렇게
눈물바다가 된 통화를 마쳤고,
오랜만에
‘서로 때문’이 아닌
‘서로를 위한’ 위로를 나눴다.
서툴지만 따뜻한,
우리만의 작은 축하였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두 줄이
우리의 모든 세계를 바꾸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