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툰, 일상툰처럼 옴니버스 형식의 웹툰도 극적구조가 필요한가요?”
공감툰, 일상툰의 경우 극적구조에 따르지 않고 극적 구조의 한 부분만 보여주며 한 편의 에피소드가 끝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7막 구조에서 [희망] 부분이나, [좌절] 부분 같은 한 파트만 다루면서 독자와의 공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공감툰이나 일상툰에서 극적구조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단편적인 상황만 보여주는 에피소드나 열린 결말로 끝나는 스토리의 경우, 극적구조에 따르지 않고 어느 한 부분만 반영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재미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방식으로 진행시키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공감툰이나 일상툰은 오랜 기간 연재하기 힘듭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써야하는데, 경험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매 회마다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관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연속해서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화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화의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매회 단편으로 끝나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다음엔 어떻게 될까? 궁금증이 생기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보면 좋고 안 봐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되기 쉽습니다.
저는 공감툰, 일상툰도 전체 스토리를 관통시키는 하나 이상의 극적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연재하고 인기도 많았던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들을 떠올려 보세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체 스토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 요소가 반드시 하나 이상 들어있습니다. 매회 단편으로 완결되는 스토리에 해결되지 않는 러브라인이나 미스터리를 집어넣기도 하고 가끔씩 반복해서 등장하는 똑같은 악당을 만들기도 합니다.
1화가 우연히 만난 이성에게 첫눈에 반하는 이야기였다면 2~4화에서는 이성과는 상관없는 주인공의 일상 이야기를 다뤘다가 5화에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또는 1화에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2~7화에서는 살인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8화에서 다시 살인사건과 연관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합니다. 전자에서는 ‘그래서 사랑이 이뤄질까?’를 후자에서는 ‘그래서 범인이 누굴까?’를 독자의 머릿속에 심어주어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특히 시트콤 형식의 스토리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공감툰, 일상툰의 경우,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찾는 것이 어렵고 예전에 있었던 일이나 주변에서 얻었던 소재들도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일상적이고 공감되는 에피소드를 쓴다고 해도, 러브라인이나 미스터리 또는 다른 가공적인 요소를 넣어 전체를 관통하는 극적구조를 구축한 후에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