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루그 파로흐자드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시집에서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나의 작은 밤 안에
적막한 두려움 있어
들어 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
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
들어 보라
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지금 이 순간, 이 밤 안에
무엇인가 지나간다
그것은 고요에 이르지 못하는 붉은 달
끊임없이 추락의 공포에 떨며 지붕에 걸쳐 있다
조문객 행렬처럼 몰려드는 구름은
폭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순간
그다음엔 무
밤은 창 너머에서 소멸하고
대지는 또다시 숨을 멈추었다
이 창 너머 낯선 누군가가
그대와 나를 향하고 있다
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푸르른 이여
불타는 기억처럼 그대의 손을
내 손에 얹어 달라
그대를 사랑하는 이 손에
생의 열기로 가득한 그대 입술을
사랑에 번민하는 내 입술의 애무에 맡겨 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시인은 어두운 밤, 작은 방에 고요히 홀로 있다.
창밖으로 바람이 나뭇잎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어둠을 날리는 바람의 소리.
바람에 날려가는 어둠은
깊고 짙어
시인에게 그 소리는 낯설고 멀다.
시인은 절망에 깊숙이 젖어있는데.
문득 밤 속에서 지나가는 무엇의 기척.
그것은 붉은 달.
달의 추락을 염려하다니,
시인은 진정으로 절망에 중독되었다.
그러나 어둠 속, 창 너머로 한 시선이 있어
그대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시인은 안다, 그이를.
그이는 시인이 사랑하는 이,
온통 푸르른 이.
불타는 기억으로 기억하는 이,
생의 열기로 타오르는 입술을 가진 이.
바람은 검은 밤, 나뭇잎을 흔들고
짙고 깊은 어둠을 날린다.
시인은 꿈꾼다.
그 바람이 우리 또한 데려다 주기를.
어디로?
온통 푸르른 이에게로.
푸르른 새벽으로, 생의 열망으로.
시인은 어두운 밤,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작은 방, 검은 창이
푸른 새벽빛으로 가득 밝아오는 그 시간을
기다린다.
고요히, 그리고 홀로.
* 포루그 파로흐자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신양섭 옮김, 문학의숲,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