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의 시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왜 그래, 왜 그래는
그만 해, 그만 해란 말일지도 모른다
우는 널 보는 게 난 괴롭다는 말.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때 그 순간 그들은 너무나 괜찮지 않아서
혼자 어둔 방에서 눈물을 뿌리며
괜찮아, 괜찮아, 혼잣말을 하고 있다면
왜 그래도 괜찮다.
왜 그래, 왜 그래든
괜찮아, 괜찮아든
말없이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울음은 비로소 뜨거워진다
괜찮다
괜찮다
너를 향해
나를 향해
말해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결국 괜찮지 않게 되었더라도
너와 함께 있어줄게
* 한 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