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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링버드 May 24. 2024

괜찮아

한 강의 시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왜 그래, 왜 그래는

그만 해, 그만 해란 말일지도 모른다

우는 널 보는 게 난 괴롭다는 말.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때 그 순간 그들은 너무나 괜찮지 않아서

혼자 어둔 방에서 눈물을 뿌리며

괜찮아, 괜찮아, 혼잣말을 하고 있다면

왜 그래도 괜찮다.


왜 그래, 왜 그래든

괜찮아, 괜찮아든

말없이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울음은 비로소 뜨거워진다


괜찮다

괜찮다

너를 향해

나를 향해

말해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결국 괜찮지 않게 되었더라도

너와 함께 있어줄게



* 한 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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