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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by 스프링버드


셀리,


한 주 잘 지냈니?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해.




내마음은 앞표지.jpg 코리나 루켄 글/그림, 김세실 옮김, 나는별, 2019



어떤 마음이란 게 있지. 어떤 마음.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평화롭고, 때로는 너그러워. 아주 편안한 마음이야.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요동치고, 때로는 뜨겁거나 차갑고, 또 때로는 끝도 없이 가라앉아.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


내 마음은 변덕스러워서 같이 놀기 까다로운 친군데, 떼어놓을 수도 없어. 언제나 내 안에 있어서. 그런데 마음의 얼굴을 볼 수가 없네. 수수께끼 같은 이 마음이란 건 어떻게 생겼을까?


작가 코리나 루켄이 마음을 꺼내서 그림으로 그렸어. 아지랑이처럼, 그림자처럼, 잡을 수도 없고 가둘 수도 없는 마음을 말이야. 그런데 그려놓고 보니 마음의 여러 모습들이 한결 가깝고 구체적으로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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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창문이고, 미끄럼 틀이야. 마음은 닫히기도 하고 열리기도 하며, 어떨 땐 물웅덩이가 되고 어떨 땐 얼룩이 돼. 어떤 날은 먹구름이 끼고 비가 쏟아지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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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날은 작고 여린 싹이야. 그래서 자라. 점점 더 크게. 저런 멋진 나무가 될 때까지.



내마음은 본문3.jpg



마음은 산산조각으로 깨질 때도 있지. 높은 담장으로 나와 세상을 가르기도 하고. 어떨 땐 내 귀에 무언가를 작게 속삭이기도 해.


마음은 검은 그림자가 될 때도 있어. 그러나 검은 밤, 깜깜한 밤하늘이 되어야 별은 빛나지 않니? 그러니 그림자 마음은 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코리나 루켄 작가는 마음의 여러 모습을 참으로 잘 짚어냈어. 정말 내 마음은 이 모든 모습을 다 갖고 있지. 그리고 책 마지막에서 작가는 아주 중요한 말을 하는구나.



마음을 열고 닫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 있어요.


내마음은 본문4.jpg



나에게 달려 있다는 건, 마음이 내 주인이 아니란 뜻이겠지. 또 마음이 곧 나 자신이 아니란 뜻이기도 하고. 마음은 마치 내가 잘 돌보아야 할 어린아이 같은 존재일지 몰라. 넌 아직 만 열다섯 살 청소년이지만 네 안에 아주 작은 꼬마가 있어서 그 아일 키워야 하는 어린 엄마일지 몰라. 마음이라고 하는 고약하고 고집 센 꼬마를 키워야 하는 일은 참 힘들어.


그런데 한편으로 이 꼬마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네. 같이 놀면 너무 재밌어. 순수하고 착해서 내 말을 기꺼이 다 들어주고 믿어주거든.


게다가 이상하게도 가끔은 아주 현명한 노인으로 변하기도 해. 마치 나이가 없는 존재처럼. 어떨 땐 다정한 친구가 되어 네 어깨를 팔로 두르기도 하고, 어떨 땐 언니나 선생님이 되기도 해.


알 수 없는 이 존재, 마음이 내 안에 있어서 나는 좋아. 투닥거리고 말다툼을 하면서도 마음과 잘 지내보고 싶어. 언제나 나와 같이 있는 존재.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 조용히 기다리고 말없이 바라보면 결국 따뜻한 미소와 현명한 조언을 보내주는 동반자. 손을 잡아도 될 믿을만한 친구.


샐리, 네 안에도 그 마음이 있지. 영원히. 결코 너를 떠나지 않을 친구로서 마음은 항상 네 안에서 너와 만나길 기다리고 있어. 차분히 기다리고 귀 기울이면 깊고 투명한 물소리로 친구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릴 거야.




* 인용한 그림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제공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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