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지붕에서 한창 지저귀네요.
지붕에 둥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 귀리, 해바라기씨를 내놓았지만 안 먹길래 쌀을 더 보탰는데도 오질 않네요. 왠지 모르겠어요. 엉덩이를 내민 두 마리가 저를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은 순전히 인간적 시각이려니, 생각합니다.
싹들이 자라고 있어요. 종이표에 적어놓은 이름이 비에 지워지는 바람에 정체성이 모호해진 싹들입니다. 쑥갓, 루꼴라, 로메인, 래디시를 뿌렸는데 누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중에 윗줄 오른쪽은 래디시일 거라 추측합니다. 20일무라고도 불린다는데 절대 20일만에 자라진 않던걸요. 아무튼 호랑 작가님께서 예리하게 무싹 같다고 말씀하셔서 래디시인가보다 해요.
아욱 싹은 몰라볼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확실하게 자기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신기하게도 아욱은 어릴 때의 첫 모습이 청소년기로 들어서면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치 두 인생을 사는 것 같달까요. 씨앗도 아주 독특한데 마치 토기 문양 같습니다.
강렬한 비트의 싹입니다. 저 작은 잎사귀와 줄기의 진한 색을 보세요. 성질이... 아니 개성이 보통이 아닙니다.
너무 작아서 초점이 안 맞았네요. 고수예요. 씨앗을 특별한 자리에 뿌려서 아마도 고수겠거니, 해요.
초록색 작은 실 같은 게 보이시나요? 조선대파예요. 저렇게 가는 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게 신기합니다.
4월에 뿌리는 씨앗들을 꺼냈습니다. 씨 뿌리기는 중독성이 있어서 땅에 빈자리가 있으면 뭐든, 무조건, 뿌리고 싶어져요. 방금 전에 뿌리고는 바로 주저앉아서 싹이 났는지 보게 되는 것도 중독의 증상 같아요. 시금치며 열무며 상추, 들깨, 청겨자, 비타민까지 저걸 어떻게 다 먹습니까? 듬뿍 듬뿍 뿌리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른 식구들을 들이기로 했어요. 먹지 않을 걸로다.
한 포트에 3000원씩 줬습니다. 아래쪽 하얀 꽃이 핀 모종 세 개는 딸기예요. 한 포트에 1000원. 재작년에 텃밭 가장자리를 딸기로 둘러보겠다고 키워봤는데 아주 낭만적인 생각이었죠. 굉장히 잘 번져서 다른 식물들을 방해하고 정작 딸기도 많이 열리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들쥐가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들쥐가 먹을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요.
감자는 심을 생각이 없었는데 2주 전에 산 감자에서 싹이 났네요. 일단 심었습니다. 다섯 조각이 다 제대로 잎을 내서 자라준다면 한 뿌리에 스무 개만 감자가 달려도 100개네요. 감자야, 벌써 고맙다야!
텃밭 소식, 이상입니다. 여러분, 이 한 주도 새싹처럼 푸릇하게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