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 어려운 '요리'

무엇을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라즈베리맛젤리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이 내 마음에 꽂힌 것은 소녀시대의 수영이 출연한 '내생에 봄날'이라는 드라마였다.

사실 이 드라마는 자세히 생각은 나지 않지만, 이 대사는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았다.

뭔가 깨달은 것 같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빠른 냉동식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간단하고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로 냉장고를 채워 넣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요리는, 배가 고픈 것을 잠재워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창 먹방이 유행하고, 요섹남이 유행할 때도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내 구미를 전혀 당기지 않았다. 개인의 선호도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도 장보기를 좋아하고 요리를 즐겨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심 부러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어떻게 장을 1시간 동안 보는 거지. 신기하다'




외국에 살고 있는 현재, 코로나로 인해서 일이 없는 게 나의 현실이다. 반백수의 삶을 실현 중인 요즘.

그러다 보니 이러한 나의 냉동식품 현실은 더욱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렸다. 매 끼니를 냉동식품만 해 먹을 수는 없는 일. 비행을 다닐 적에는, 자주 먹지 않는다는 핑계로 냉동식품에 대한 죄책감을 외면했지만,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었다.


또한 비행수당은 날아가버려서 기본급으로 살아가는 요즘.

외식을 꺼리는 요즘 추세와 이곳의 높은 물가.. 흠..

이러한 모든 상황들은 내가 요리 프로그램을 보게 만들었다.

외식비를 조금은 줄여보겠다는! 그리고 냉동식품도 줄여보겠다는 의지로..

'그래, 한번 해볼까나'



그중에서도 가장 푸근하고 친근하고 존경하는 백종원 님의 요리 비책 콘텐츠를 켰다.'흠, 별로 어렵지는 않네?'

어디서 나온 근자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만한 얼굴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신 대로 열심히 자르고 볶고 섞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요리를 얕봤던 걸까. 결과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였지만, 누구나 낼 수 있는 맛이 아님을 단번에 깨달았다. 다시한번 백종원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았다.



어느 날은 그 쉽다 하는 볶음밥류를 따라 해 보았다. 이번에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에...

정말로 열심히 따라 하면서 없는 정성도 만들어서 요리를 완성했다.

'와우'

정말 먹을 수 없을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 맛있다는 재료는 다 넣었는데 왜!?'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맛있다고 먹어주는 룸메이트에게 어찌나 미안한지, 이 미안함을 보답하기 위해서 그날부로는 1일 1 레시피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요리는 1도 몰랐던 내가 필요한 물품을 장 보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정도 해보면 되겠지' 라는 나의 마음가짐은, 연단 요리의 실패로 나를 굉장히 작아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너무 쉽다고 올려주신 많은 레시피들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모든 댓글들이 맛있다고 하는데 왜 나는 맛이 없지... 또르르



밥은 먹어야 하니까 또 따라 해 본다. 그저 오늘도 레시피를 따라 하기에 여념 없었다.

'하다 보니 되더라'

이 말을 하는 날이 어서 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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