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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Nov 08. 2024

극과 극 텐션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각성 관리)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감정 (4)

통제가 어려운 자폐스펙트럼 아이

앨리스는 두 돌 전부터 adhd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과잉행동이 심했다. 앨리스의 adhd를 결정적으로 의심한 계기는 15개월경 낮병동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당시 한 병실 안에는 10명이 넘는 성인들과 아이들이 각자 개인 밥상을 펴놓고 지내고 있었는데, 당시 앨리스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모든 밥상을 돌아다니며 상 위에 올려둔 물건들을 다 건드리고 다녔다. 결국 내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앨리스가 다른 사람의 커피를 쏟는 사태가 일어났고 그때 이후로 나는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울 때에는 앨리스를 부스터 의자에 묶어 두어야 했다.      


이러한 과잉행동은 앨리스가 성장하면서도 계속되었다. 앨리스는 어떤 곳에 방문하든 간에 눈에 보이는 물건들은 다 끄집어서 던져버렸다. 그래서 상점에서는 앨리스가 아무 물건이나 잡아서 던지지 않도록 손을 꼭 붙잡고 다녔고, 집에서는 앨리스의 손에 닿을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치워버렸다. 물건을 치울 수 없는 공간(부엌, 욕실)에는 안전문을 달아서 앨리스가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았다. 앨리스는 병원 진료실에 들어갈 때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본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앨리스에게 adhd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만 3세였기 때문에 정식 검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각성이 매우 높거나 각성이 매우 낮거나 

그런데 네 돌 이후부터는 앨리스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던 예전과는 달리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축 늘어지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특별히 피곤한 일이 없어도 오전부터 늘어질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또 어느샌가 원기를 회복하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괴성을 지르거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하루의 대부분을 적절한 각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굉장히 흥분한 상태 혹은 늘어진 상태로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앨리스의 경우처럼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은 각성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은 하루종일 각성이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각성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매우 산만해지고 목소리와 행동이 커지며 부주의해진다. 기관에서 각성이 높아지면 아이가 착석을 유지하기 어렵고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친구들과 다툴 수도 있다. 각성이 낮은 상태에서는 아이가 어떤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버린다. 따라서 각성 조절이 잘 안 되는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은 기관 생활을 할 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앨리스의 경우에는 한번 각성이 높아지면 계속 큰 소리로 웃으며 다양한 소리를 낸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매달리거나 잡아당기기도 한다. 또한,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마구잡이로 말하기도 한다. 각성이 심하게 높아진 경우에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침을 뱉거나 주변 사람들을 때릴 때도 있다. 반면, 각성이 낮아지면 피곤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바닥에 눕는다.     

  

각성 조절의 어려움 때문에 기관 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 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미취학 아이들은 대부분 놀이와 훈육으로 각성을 조절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아이의 각성을 낮추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은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다. 아이를 부를 때 일시적으로 큰 소리를 잠깐 내서 현실에 대한 감각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각성이 낮아지지 않는 경우 놀이를 이용하여 각성을 낮추어야 한다. 놀이를 이용한 방법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사용한다.      


놀이를 이용하여 각성을 낮추는 방법

-각성을 낮추는 방법을 시도하기 전 먼저 아동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아이가 유치원과 같은 기관에 있는 경우 다른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 분리한다.)

-심호흡을 시킨다. 

-간식을 먹여 준다. (간식 먹는 놀이)

-로션을 발라 준다. (로션 놀이)

-앉아서 하는 활동(e.g. 책 보기)을 시킨다.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각성을 높이기 위해 질문으로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중이기 때문이다.

-흐느적거려도 잡아주지 않고 매달리면 바닥에 눕힌다.      


이 모든 활동은 아이의 각성이 낮아지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아이와 특정 활동 중에 아이의 각성이 높아졌다면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아이의 각성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각성이 낮아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는 경우 아이의 각성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실제로 놀이를 이용하여 각성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해 보면 아이의 각성이 바로 낮아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아이에게 “네가 스스로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양육자가 계속 기다리면 아이는 결국 스스로 멈춘다. 앨리스의 경우도 (심할 때는 몇 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을 때 결국 스스로 산만한 행동을 중지하고 "진정했어요."라고 말하며 나를 불렀다. 닦달보다는 기다림이 최고다.     

 

타임아웃으로 각성을 낮추기

하지만 이렇게 여유 있게 기다릴 시간이 없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적절한 훈육이 필요한 시기라면 (적어도 세 돌 이후) 타임아웃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타임아웃은 PCIT(부모아동상호작용치료)에서 부모주도놀이(PDI) 시간에 사용하는 훈육기법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이를 닦는 것을 거부할 경우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타임아웃을 적용할 수 있다.      


-앨리스야, 지금 이를 닦을 거니까 자리에 앉아

(마음속으로 5초를 센다.)

(앨리스가 자리에 앉지 않을 경우)

-앨리스야, 지금 이를 닦을 거니까 자리에 앉아. 지금 자리에 앉지 않으면 타임아웃 의자에 앉게 될 거야.

(마음속으로 5초를 센다.)

(앨리스가 자리에 앉지 않는다.)

-너는 내가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았어. 그래서 타임아웃 의자에 앉아야 해.

(앨리스의 손을 잡고 타임아웃 의자에 앉힌다.)

-너는 내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타임아웃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야 해. 

(엄마가 의자 뒤에 서서 3분을 기다린다.)

(앨리스가 잘 기다린다)

-잘 앉아 있었네. 이제 이를 닦을 준비가 됐니?

(앨리스가 네라고 대답한다.)

-이제 이를 닦을 거야. 여기에 앉아

(앨리스가 앉는다)     


앨리스는 이 타임아웃 기법을 쓴 이후로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에서도 엄마인 나의 말에 순식간에 집중하고 각성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타임아웃은 정확한 방법으로 쓰지 않고 무분별하게 남발하면 결국 그저 그런 협박이 되고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평소에 아이와 놀이를 하면서 놀이상황에서 타임아웃을 연습을 해본 후 일상 활동에서도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더 좋은 것은 pcit 수업을 직접 들으며 전문가와 함께 실습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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