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픈 꿈을 꾸기 시작하네.
나는 자꾸만 떠나고 싶었지.
부스러기 햇살조차 굴절되지 않고
하늘빛 온통 수직으로 내리 꽂히던 날들
꿈꾸지 않아 아프진 않았지만 어쩐지,
허전했어.
내가 놓친 시간을 훔쳐 달아나던 수평선이
고개 꺾어 뒤돌아 볼 때,
낮은 피리소리로 지나던 바람이 말했지.
그건 세월이야.
이젠 떠날 수 없어.
그래도 나는 아직 멀리
더 멀리 떠나고 싶지.
해풍 속에 내 허밍음을 꽂아놓고
눈먼 세월을 깨워 환하게 흔들리고 싶지.
그러다 돌아와 납작한 표정으로
수평선의 속살에 대해 상형문자를 쓰고 싶지.
골방에 숨어있던 그리움이
돌아오지 않는 수평선을 찾으러
끝내
나를 뚫고 떠난 후
다시 홀로 눈물 말랐을 때,
가난한 소금기 밴 나뭇결 하나
나를 찾아왔더군
떠난 건 그리움이 아니라
축축하고 흐린 소망일뿐이야.
이제 비로소
다시,
아픈 꿈을 꾸기 시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