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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치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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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Oct 14. 2023

감정의 감미분을 털어낸다.

시월, 인디언 써머

오래전 가을@Westwood Street



인디언 써머의 뜨겁지 않은 열기가

물빛 깊어지는 강가의 돌멩이처럼

표정 없이 찾아오는 날들.

남은 햇살을 아껴가며 흰 빨래를 너는 손길이 때론,

고독하다.


계절은 어느새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바람에서 찬 냄새가 나고

뭉툭해진 햇살 끝은 축축하다.


끝내,


당신도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툭' 떨어지는

인디언 써머처럼

조락의 한 잎으로 멀어진다.


아픈 기억을 잘 잊어버리는

부실한 분별력에게

곁이 될 수 없는 소망은

욕심이라고 말해준다.


시월의 새벽숲엔

어설픈 마지막 열기가 없어서 좋다.

손끝 아릿한 숲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질긴 습관처럼 묻어있던

감정의 감미분을 털어낸다.


분명 존재하지만

그 어느 계절에도 속할 수 없는 '인디언 써머'처럼

결국 이름을 얻지 못한 마음을

이젠 놓아준다. 너무 오래,

미련은

함부로 자란 여름풀처럼 무성하고 측은했다.


지금,

당장법으로 절여진 말랑말랑한 가을이 내 곁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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