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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치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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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Dec 23. 2023

수리취 찰떡

다시는 먹지 못할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부부가 한다는 임계의 동네 방앗간은 일 솜씨가 야무지고 부지런하다고 동네에 칭찬이 자자하다고 했다. 낱개 포장은 할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하나씩 비닐로 싸서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준 수리취 찰떡. 어찌나 탱글탱글 잘 쌌는지 포장하는 기계도 있는지 물어볼 뻔했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침마다 하나씩 (아니 그래도 두 개는 먹어야지) 꺼내 먹으면 편하면서도 맛있고 든든하겠네,.. 사소한 것을 지나치게, 별나게 잘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놀리듯 말하면서도 사실은 부럽고, 이런 흔하고 자잘한 즐거움이 없이 사는 게 괜히 억울하기도 했던 것 같다.


8년 전 겨울이었다.

한국에 갔다가 생각지도 않은 수술을 하고 결코 편할 수 없는 엄마 혼자 사는 집이 아닌, 엄마의 집으로 퇴원을 했다. 환자 대접을 받느라 늙은 엄마가 차려주는 세끼 밥을 다 받아먹으면서도 나는 어쩐지 당당했던 것 같다. 꼬박꼬박 밥을 먹으면서도 떡 배는 따로 있다고, 아침이면 하루 동안 먹을 양을 욕심껏 꺼내 잘라서 그대로도 먹고 콩가루도 묻혀먹고.. 이 콩가루도 엄마가 심심풀이 삼아 짓는다는 농사에서 나온 콩을 같은 방앗간에서 빻은 거였다. 먹을 때마다 아무런 간도 안된 콩가루에도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랬던 것 같다.

언제 또 이 맛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배가 부른데도 자꾸 또 먹었다.


약간 굳은 떡은 프라이팬에 지지면 마치 치즈처럼 주욱 늘어난다. 사실은 갓 뽑은 떡보다는 살짝 꾸덕꾸덕하게 굳은 떡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먹으면 또 별미라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가끔, 흰 설탕을 사락사락 뿌려서 먹으면 마치 유년의 한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배실배실 웃음이 났다.


밖에는 눈이 푹푹 쌓이고 아침마다, 시장에서 산 털신을 신고 밭이 끝나는 곳에 있는  닭장으로 가서 두근두근 달걀을 꺼내고 달걀 프라이를 하면 노른자가 유난히 봉긋해서 신기했고 식탁 위에 소복하게 담겨있는 달콤한 귤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던 수리취떡을 실컷 먹으며,


올 때 보았던 흰자작나무 숲을 떠올렸다.


처마 밑에서 겨울을 나던 시래기까지 그리움이 된 대관령의 깊은 겨울 속에서 보낸 몇 날, 구들장 뜨근한 겨울방에서 엄마와 내가 타인처럼 부려놓았던 삶을 끌어다 널어 말리며 모처럼 같은 모음으로 웃었던 그 겨울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아쉽기보다 다행스러운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때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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