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
한겨울에 감기에 걸리면 이상하게 히아신스 향이 그립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간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 심하게 앓다가 일어났을 때, 마치 바람결처럼 훅 끼쳐오던 어느 날의 향기는 단순한 꽃향기가 아니라 더 오래된,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 속의 언어다.
엄마가 집을 나간 그 겨울엔 아버지가 수경으로 기르시던 히아신스 꽃향이 유난히 진했다. 가끔 집안에서 숨쉬기가 힘든 건 히아신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다고 믿었다. 별 보살핌 없이도 작은 화분에 담겨 심해어처럼 뿌리를 내리고 단단한 꽃을 피워내는 히아신스가 영원히 살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그리고,
세월이 빠른 걸음으로 나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늘 맹렬하게 도망 중이었으므로 끝내 그녀의 안부를 몰랐다. 가끔 궁금했다. 히아신스는 아직 살아있을까, 혹은 죽거나 버려졌을까. 물만 주어도 잘 자랐을 텐데.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그녀가 살았던 곳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어느 이른 봄, 빵과 버터를 사다가 기억에 실금이 가는 향기를 맡았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 두리번거리는 내 곁에서 보랏빛 히아신스가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야. 그녀는 웃고있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히아신스 향기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