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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링링 Jan 17. 2022

육아에서 인내심보다 필요한 것

'41개월 8일'

우연히 휴대폰 바탕화면을 보니 딸아이가 태어난 지 41개월 8일째라고 떠 있었다.

임신기간까지 하면 50개월이 넘게, 햇수로는 4년이 넘도록 내가 임신과 육아생활을 해왔구나.


뱃속에서 처음 초음파로 심장 소리를 들었던 날, 태어나서 응애응애 울다가 내 가슴에 안겨서는 울음을 뚝 그쳤던 순간, 그리고 지금 5살이 되어서 제법 큰 모습까지 다시 떠올리면 너무도 귀하고 예쁜 장면들이다. 육아란 가슴 벅차고 무지무지 소중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민과 좌절의 연속이고, 그만큼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난 육아가 소질에 맞지 않나 보다. (소질에 맞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기와 함께 하다 보면 참을 인을 새길 일이 참 많다.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아이도 내 말을 안 듣고 하고픈대로 하지만, 상황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회사를 다닐 때는 1년 동안 쓸 수 있던 연차 전체를 거의 아이가 아파서 썼던 것 같다. 꼭 일이 바쁘면 아이도 아팠다. 물한모금 못마시고 정신없이 출근해서 퇴근 후 미친 여자처럼 차를 몰고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가장 마지막으로 쓸쓸히 남아있던 아이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지금은 좀 나아질 만도 한데, 여전히 무언가 중요한 것을 하려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진다.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지만, 점점 기운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건가."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육아에서 욱하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지치지 않는 부모가 되려면 희망이 필요하다는 사실.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가 곧 올 거라는 희망'말이다.

돌이켜보니 주변에 먼저 육아를 했던 이들에게서 희망적인 얘기를 들은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임신 중에는 뱃속에 아기가 있는 게 편한 거라고 하고, 아이가 아직 기지 못할 때는 그래도 누워있는 게 편한 거라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할 때는 더 커서 감정싸움 안 하는 게 낫다며, 시간이 갈수록 새롭게 힘들어지는 것들을 넋두리하듯 얘기했었다. 물론 지나고 보니 새로이 힘든 부분이 생기는 것도 맞다. 하지만 분명히 더 나아지는 상황들도 있다.


육아는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도, 그만두지도 못하니 지칠 만하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엄마든 아빠든 누군가 힘이 든다면 조금씩 커가는 아기들처럼 우리의 상황도 느리더라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줬으면 좋겠다. 또 주변에 이제 막 시작한 육아로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이 한마디를 꼭 해주면 어떨까.

"지금보다 점점 나아져. 분명히 더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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