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링링 Feb 10. 2022

가끔 좀 외로워도 되잖아요?

주변에 사람이 가득해도 문득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데 외롭다는 느낌보다 '외로우면 안 되는데 왜 외롭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워진다.

마치 외로우면 안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외로운데, 나만 외로운 것 같아서.


돌이켜보면 OO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검열하는 기준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꽤 많다. 'OO해야 하는데 현실은 이렇다.' 하는 생각이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다 써보라고 하면 몇천 개도 쓸 수 있을 듯하다.)

* 필자가 이런 것들을 바란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 내 주변은 좋은 사람도 많고, 약속도 많아서 항상 재미있어야 하고, 외롭지 않아야 한다.

- 연인 사이에 특별한 날에는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당연하고, 멋진 프로포즈를 받아야 한다.

- (요즘은 코로나로 가지 못하지만) 1년에 최소 한두 번은 해외여행이나 호캉스를 가줘야 한다.

- 기념일에는 명품가방이나 값비싼 선물을 받아야 한다.

- 가족끼리는 화목하고 서로 다정해야 하고, 우리 아이는 착하고 건강하면서 공부도 잘해야 한다.

- 나는 연봉 높은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워라밸도 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


여건이 되어서 이런 것들이 모두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런 기준들을 모두 충족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보통 이런 기대치들은 SNS에서 온 것들이 많다. 누군가의 여러 날 중에 가장 좋은 순간을 자랑하듯 올라와 있는 SNS에 익숙해지면 남들은 다 잘 살고, 행복한 것만 같아서 나의 삶에 대한 기대치도 올라가고 그게 맞다는 기준이 되어 버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멋진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현실에서 느끼는 것들은 다 보잘것없어 보이니 현실이 더 비참해 보이고, 기분은 더 쳐진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함정은 그것들이 진짜 내가 원해서 기대하는 것이 아니고,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좀 외로워도 되지 않은가.

다른 것도 꼭 이래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기분이 괜찮다.

시시각각 나도 변하고 주변도 변하는 인생을 사는데 어떻게 내가 정한 이상적인 모습으로 정답 같은 하루하루를 살 수가 있을까. 게다가 그 이상적인 모습을 남들이 정한 것이라면 더욱 의미가 없다.


매번 가던 길을 가다가 길을 잃으면 생각지도 못하게 예쁜 풍경이나 이야기가 숨어 있는 다른 길을 발견하듯,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아닌 삶을 살아 볼 때 선물 같은 순간과 경험, 그리고 감정이 찾아온다.


그러니 오늘은 좀 외로워하고, 하찮아보는 내 상황을 맥주 한잔으로 위로도 해주고 그래 보자.

가끔 좀 외로워도 괜찮다.


* 마이링링 작가와 더 소통하고 싶다면? www.instagram.com/my_ringring_

* 좋아요와 구독은 작가에게 힘이 된답니다

* 카카오뷰 채널 추가하시면 카카오톡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어요! https://pf.kakao.com/_GDQfb

작가의 이전글 달빛이 참 예뻐서 생각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