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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Oct 19. 2018

며느리의 일기장 12

걔 표정이 좋지는 않더라 1

 오래간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같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밥도 먹고 기분이 좋았는데 아가씨와 함께 일하던 친구가 말했다.

"어제 일 끝나고 너네 아가씨가 나 집에 태워줬는데, 내가 오늘 너 만난다니까 표정이 좋지 않더라."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굳이 내 이야기를 하는데 표정관리를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친구에게서 아가씨의 반응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사실 아가씨와의 악연은 남편과 사귀면서 시작되었다.

하루는 남편 차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아가씨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아가씨는 나와 남편이 함께 있는 줄 모르고, 내 이름을 대며 나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

호칭 없이, 예의 없게 내 이름을 곧이곧대로 부르며 자기 생각만 이야기하는 아가씨에게 남편은 화를 냈고, 아가씨는 남편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화를 내는 남편을 말리고, 아가씨에게 내가 같이 듣고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아가씨는 곧 당황하였고, 나는 예의 없는 아가씨의 태도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하며 오해에 대한 해명을 했다.

그렇게 상황을 일단락 시켰고 관계는 조금 회복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나의 후배였던 아가씨는 계속해서 남편과 나의 사이를 질투했다.

그로 인해 때로는 주변에 내 험담을 하기도 했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졸업 후에도 그런 소식은 나에게 심심치 않게 들렸다.

결국엔 다른 후배들에게 "언니 걔 그렇게 놔둬도 괜찮아요?"라는 식의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게 안 좋은 마음이 쌓여 결국 결혼 전에 내 분노는 터지고 말았다.

결혼 전 남편과의 상의를 통해서 남편 직장 근처이면서 시댁 근처인 곳에 집을 얻기로 했었다.

남편과 나는 장거리 연애를 했었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며 집을 알아보기에는 부담이 되어 시댁에 며칠 지내면서 집을 알아보기로 했었다.

시부모님께 미리 허락을 구하고 남편과 시댁에 도착했을 때 아가씨와 마주쳤다.


 나를 본 아가씨는 말했다. "언니 왜 왔어?"

나는 대답했다. "집도 알아보고 이것저것 할 겸 왔어."

내 말을 들은 아가씨는 "아, 짜증 나."하며 표정을 구겼다.

그 얘기를 들은 남편은 "뭐라고 했어?"라고 물었고, 둘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그 둘을 간신히 말리고 그날 밤이 지나 아침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신 시어머니께서 지난밤에 다투는 소리를 듣고 한마디 하셨고, 나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생각을 할수록 아가씨와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가족이 되어서도 이 문제로 계속 불편하고 힘이 들 것 같았다.

이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을 때 어려울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고민 끝에 아가씨에게 먼저 전화해서 우리의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파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아가씨는 "언니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고 대답했다.

어이가 없었고, 얼이 나갔다.

그 이후 시어머니께도 전화드려 상황을 말씀드리고 파혼에 대해 말씀드렸다.


 파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던 시어머니께서는 이미 청첩장도 돌렸고, 결혼 준비도 많이 진행되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하셨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답답한 마음으로 남편과 시댁을 기다렸고, 저녁이 되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 나, 아가씨와 함께 오자 대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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