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낮술
장생포 고래 할매집 뒤 켠 방파제에서
오줌을 누고 있었던 거라
물결이 햇살 한 잎 베어 물고
눈웃음을 치길래
막걸리 흥에 취한 오줌발을
쉿 쉿, 뿌려대고 있었던 때인 거라
아까부터 지근거리던 물새 하나가
휘청휘청 오더니 머리채를 쏴 잡고
확 잡아 끄는 거라
아찔한 거라
물귀신이 달려든 거라
살고 싶은 거라
니 죽네, 나 죽네, 겨우 파득거리며
귀신 뒤통수를 냅다 밟고 뭍에 올라
쪼그라든 바지춤을 추스르는데
내 낡은 구두 한 짝이
파도에 무등 타고 뒤도 안 보고 가는 거라
둥실둥실 춤도 추며 잘도 가고 있는 거라
그렇게나, 내 한 생을 후려쳤던,
여섯 살에 경끼 하다 죽은 어린 동생이었다가
그 길로 집을 나간 철없는 어미였다가
순정을 뱉어 낸 첫사랑 모진 년이었다가
아아, 됐다
고마 됐다
가그라
잘 가그래이
손을 흔들어 주고 싶은 거라
낮술에 절은 곤두박질 人生
두 발로 서 있기가 힘들었던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