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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락 Mar 04. 2020

강가에서

강가에서




바람이 모여드는 강가에서
어른들은 낡아지고 있었지
물빛이 좋다고 웃기만 하던 사람
술잔 뒤에 숨어서 탄식만 하던 사람
저마다 왔던 길은 다른 것인데
외로움이 흘러 흘러 한길이 됐지
잠자리 하나가 어깨를 치고
참붕어 햇살 물고 물 따라가고
갈대밭 왜가리는 제 길만 갈 뿐
인연이란 이렇게 한 길로 가는 거지
함께 할 때가 진짜 외로운 거지
흘러감이 정해진 강물이라 하여도
머물 때는 제 빛으로 빛나야 하지
둑방, 노을 속에 사라지는 자전거처럼
우리도 시간 속에 저물어 갔지
구두를 벗어놓고 울기만 했지.



이 詩를 써놓고 시간 앞에 매달려 운 적이 있다. 운동장을 무작정 뛰면서 울었던 기억, 누군가의 발에 엎드려 울었던 기억, 가슴아, 없어져라, 없어져라, 숱하게 되뇌다 잠이 사라진 기억, 그 날 이후 눈물은 늘 가을의 몫이었다.

찰나가 모이면 시간이 되고, 시간이 모이면 세월이 되고, 세월이 모이면 삶이 된다 하였나. 잠자리 같은 그가 있었고, 참붕어 같은 그도 있었고, 왜가리 같은 그도 있었다. 강가에서 하나가 되었다 해도 그뿐, 각자의 길이 있을 뿐.

여기까지의 삶에서는 칼날 위를 걸어가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흘러가고 싶다가도, 여전히 발목에서 피가 나고 무릎이 접질려진다. 지금은 주저앉아 울고 있다. 아직 각자의 곁에 제 빛 대로 빛을 내는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고맙다. 인연은 늘 이렇게 한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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