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백동전을 줍다
주차장 화단에서 백동전을 줍는다
π에 양각된 학 한 마리,
한 때는 제 π보다 더 큰 세상의 파이를 위해 날았을 것이다
배고픈 거지에게는 빵 한 조각을
수줍은 연인들에게는 커피 향 낭만을
셈 모르는 계집아이에게는 사탕을 물려주곤
은원銀圓 속에서 보석처럼 날개를 펼쳤으리라
제가 달의 중심을 날고 있다고 착각하며
그렇게,
하늘의 파이를 먹기 위한 건물들의 골짝을 넘나들다가
재수 없이 손끝이 무딘 주인을 만나
시멘트 바닥을 굴러가다가 거꾸로 처박혔을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다
날아도 날아도 원주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처럼
그렇게,
인생을 쏘다니다가
아무렇지 않게 길 위에 쓰러질 것이다
딱 내 뼈만큼의 π만 남겨진 채
쩔렁,
빈 달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