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향’을 지닌 사람들은
진정한 고독을 안다

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by 헤르만

보고 싶은 동생에게-


‘별아, 네가 있는 것을 알기에 나는 행복에 겨워 울고 있다.

별아, 결코 너에게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자신을 동경으로 소모시킨다.

별아, 自我의 진정한 모습아!!


전혜린도 아마 많은 꿈을 생각하며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잘 지내고 있니?

주위의 너를 지켜보면서 염려하는 눈빛들로 오히려 너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불안에 떨게 한다.’라고 파스칼이 말했듯 지금 네게 주어진 시간들이 조금은 불안한 것은 아닌지, 아니 많이 불안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니는 한다.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 하는 너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또한 문과로 전환해 조금 더 이격을 갖게 된 너를 보니 진심으로 기쁘단다.


(너)=================(지점)

행복한 길


이 그림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게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꿈이 있고, 그곳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꿈이 정해지지 않아 흔들거리는 人, 그 길에서 길을 잃고 좌충우돌하는 人, 아예 자기 자신조차 누군가를 단단하기 꺼려한 채 지내는 사람, 어느 길로 처음부터 들어설지 몰라 헤매는 人, 소수의 이들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실제 그러하다. 보림아, 네가 얼마나 행복한 人인지 알겠지, 더불어 언니도 말이야.


하나님께 감사드리자꾸나. 언니는 요즘 조금 안정이 되니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구나.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수영도 배우고 싶고, 유화세트를 미대생으로부터 선물 받아 며칠 전에는 그림을 그렸단다. 고등학교 때 네가 그린 장미정물화가 기억나더구나. 처음치고 정말 잘 그린 네게 언니는 무척 놀랐지. 그리고 수영도 조금 배우다 말았었기에 계속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다.


요즘 조금 생각해 보게 된 글귀를 적어본다. 영감을 받은 人들, 성자, 예술가, 과학자 그리고 창조자들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고독을 위해서 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오히려 고독을 창안하고 고독의 공간을 자유로 바꾼다. 인간성이 풍부할 때는 고독 때문에 권태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은 근본적인 것이며 결정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독을 선택할 수도 없으며 피하수도 없는 것이다. 고독을 선택한 人은 그 선택의 시간을 초월한 도취감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도취일 뿐 잠시 후 시간의 균형이 깨어지고 소란스러움의 상황을 만나게 된다. 왜냐하면 그런 人일수록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고독을 구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고독을 동반해야 한다. 근본적인 고독은 사물로서의 고독이다. 바로 자신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부른다.


때로 고독은 파멸이고 공백이다. 삶이 황량했던 날의 공허 때문에, 긴장된 고요 때문에 안갯속을 거니는 이상함 때문에 그리고 심장 속에서 존재하기를 멈추고 고독은 우리를 아래로 떨어지기를 요구한다.! 동생아, 언니는 모든 ‘성숙의 향’을 지닐 수 있는 人들은 진정한 고독의 의미를 아는 人이라고 본다. 지금 좀 외롭고 지치는 때가 있더라도 용기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과 설정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고 다만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고 했는데, 언니가 9月 말이나 10월 초쯤에 들어갈 예정이니까 그전까지 확실히 정해지면 좋겠지만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생각하기로 하자꾸나. 점수 상황도 고려해 봐야 하겠고, 그래서 원서 시기 때는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정할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 보기를. 그리고 간추려 언니에게 얘기해 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밥은 끼니 거르지 말고 꼬박꼬박 먹기를. 이번 길었던 감기도 제대로 건강관리를 못한, 결국은 너의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건강에 유의하고, 아버지와 JS에게도 안부를, 다시 편지하마. 그럼.


1991.5.10.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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