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없는 장미, 이젠 꽃피울 수 있기를.
보고 싶은 동생아!
누렇게 뜬 퇴색조의 황금빛 햇볕자락들이 도시의 담벼락 위를 오락거리며 비추는 늦가을이다.
그동안도 잘 지냈는지? 행동과 생각사이를 어정거리는 동안 어느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무척 드는구나.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지냈던 바쁜 나날들을 바라보며 잠시 맥 풀린 웃음을 던지고, 앞으로 흘러내린 한가닥 머리를 뒤로 제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구나. 그러나 쉰다는 것의 의미를 앞으로 한발 더 전진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고3이라는 고달프고 빡빡한 시간의 여정 속에서 그 안에서 남다른 여유와 침착을 보유할 수 있는 공간을 지닐 수 있다는 전의 너의 너의 편지를 보고 언니는 적이 안심이 되었단다. 그리고 네 편지를 볼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사고와 인식의 범위가 자라나는 것을 느낀단다.
참으로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늘 실전에 강한 너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는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손 치더라도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언니는 안다.
어쩔 땐 빨리 시험이 끝나 너에게도 고3학생들에게도 또 그만큼 마지막의 풋풋한 학창 시절이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어선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단다.
너를 사랑하는 언니가 이렇게 일본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원하는 한 꼭 진정한 승리의 순간이 있다는 걸 우리 믿자.
언니는 11/1 吉洋寺 기숙사에서 石神井台(しゃくじいだい)라는 곳으로 집을 옮겼단다.
마침 새롭게 들어온 10월 학기생 中 두 명의 학생과 짧게 소개하면 한 사람은 26살의 서울에서 린나이 코리아에서 디자이너를 하던 분과 23살의 회사원을 하던 女子와 함께... 조금 힘들었지만 Apaat 아파아트를 구했단다. 이곳의 아파트는 한국의 보통 개념처럼 크고 훌륭하고 모든 시설이 다 구비된 곳이 아니라 최저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러 세대가 사는 주택가를 말한단다.
아직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설고 힘이 들지만 차차 적응을 해나가면서 익숙하게 되리라 여긴다.
처음의 미따카 기숙사(학원사정상 폐쇄되었음)완 달리 두 번째 옮긴 吉洋寺기숙사는 방도 저번처럼 넓지 않고 한방에 두 명씩 쓰게 돼있어 마치 집단 수용소 같은 느낌이었단다. 돈도 더 비싸고,
그리고 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수시로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도 어려운 단점이 있기에 좀 무리가 되더라도 마음 맞는 여자 셋이서 서로 돈을 합쳐 방을 얻기로 한 거지.
다행히 세 명이 얻는 것이기에 들 부담이 되었단다.
전화는 따로 놓는 게 너무 부담이 가기에 보류 중이고 서로 어떻게 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단다.
전화로 연락할 것이 있으면 당분간 학교로 하기 바란다. 알고 있겠지만 001-813-205- xxxx. 토, 일은 휴일.
아마도 12/15 내가 너보다 3일 먼저 시험을 치게 되겠구나. 다음날 16일은 한국에 들어가는 날이고. 이번 수요일엔 신쥬꾸의 보건소에 가서 건강진단서를 떼고 11월 15일부터의 접수기간에 맞추어 서류를 문화여자대학에 내야 한단다.
참 학교로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오늘 왔단다. 아버지께 고맙다고 전해주기를...
그리고 밥은 늘 꼬박꼬박 챙겨 먹기를, 아침에 진세와 함께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꼭 먹고 가라. 그게 힘들면 빵이랑 우유라도 먹고.
환절기인데 감기 주의하고, 찬물에 세수나 머리 감는 일이 없도록.
또 편지할게. 건강해라.
-1990.11.6.-
-너무나 너와 JS가 보고 싶은 언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