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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Nov 15. 2019

크로아티아로 떠난 사진 여행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이번에 소개할 곳은 크로아티아 여행의 꽃이라고 뽑히는 곳이며,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입이 닳도록 추천하는 곳이다. 2013년 내가 처음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며, 이곳이 그리워 몇 년 만에 다시 크로아티아로 여행 계획을 잡게 된 곳, 바로 ‘요정이 사는 호수’로 불리는 플리트비체(Plitvice) 국립공원이다.


휴가 여행지를 탐색하던 중, 이 사진을 보고 크로아티아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 7월 말. 동일한 포인트에서 내가 본 사진과 같은 뷰를 직접 찍었다.

작년까지는 예약 없이 현장에서 티켓 구매하는 순서대로 기다려 입장을 했다. 인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공원 내에 사람이 너무 많아 중간중간 기차놀이하듯 걸어가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예약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입구당 시간별 인원 제한 150명씩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심하게 붐빌 것 같지는 않다.


Tip : 기다림 없이 원하는 시간대에 공원을 둘러보고 싶다면 미리 꼭 예약을 하도록 하자. 
예약 사이트 : https://np-plitvicka-jezera.hr/en/# 
중요 : 예약한 시간이 지나거나,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입장이 가능한 시간대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는 13년도에 이미 H 코스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5년 뒤인 18년도 여름에도 똑같은 H 코스를 준비했다. 똑같은 호텔에서, 똑같은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하고 렌터카에 짐을 넣고 매표소로 향했다. 그리고 티켓을 구매하고 익숙한 듯 H 코스 시작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내가 머물렀던 벨뷰 호텔에서 매표소로 내려가는 길
Tip : 플리트비체(Plitvice) 입구 2에 있는 3개의 호텔은, 입장권 하루 연장을 해주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오후 4시 이후에 할인하는 티켓을 구매해서 짧은 코스를 둘러보고, 다음날 연장해서 풀코스 또는 C나 H 코스를 둘러보는 것이다. 아니면, 할인 티켓 구매 후 하루 연장해서 다음날 제대로 둘러보도록 하자. 다만, 티켓 구매 전에 리셉션에 꼭 문의를 하도록 하자. 19년 4월까지는 되는 것으로 확인을 했다.
줄을 기다리면 H 코스 시작점으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도착한다. 15분만 타고 가면, 그다음부터는 걷기만 하면 된다


혹시라도 왜 H 코스만 2번이나 걸었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답변은 간단하다. 호텔이 근처라는 이유 하나뿐이다. 누군가는 C 코스가 걷기 편하고 뷰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걸으면서 느끼기로는 H 코스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코스라서 그런지 내리막길이 더 많았으며, 오르막길은 마지막에 목적지 도달하기 전에 잠깐 몇 분 걷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또한 걷는 길도 대부분 숲이 우거진 곳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경치 좋은 뷰가 나타나면 멈춰서 둘러보게 되므로, 결국 어떤 방향이 더 좋다는 것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예약한 호텔의 위치에 따라 걷고 싶은 코스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Tip : 입구 1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A, B, C, K 코스가 있고, 입구 2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E, F, H, K가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코스는 C와 H 코스이다.  

A-E, B-F, C-H, K-K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이며, A-E는 약 3시간, B-F는 약 4시간, C-H는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전체를 둘러보는 K 코스는 약 8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걷는 발걸음과 개인 성향에 따라 시간이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난 H 코스를 9시부터 걷기 시작해서 오후 2시 넘어서 내려왔다. 이유는, 계속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었기 때문이다.

입구 2에서 탑승한 버스를 타고 15분간 숲 깊숙이 들어가서 내리면, 드디어 시작 포인트가 나온다. 이정표가 아주 잘 되어있기 때문에 걷다가 중간중간에 나오는 표시를 따라 보고 걷기만 하면 된다. 길도 너무 좋고 편하며, 끊임없이 멋진 경치가 나오기 때문에 눈에 열심히 담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만 충실하면 된다.


H 코스의 입구. 이런 길을 따라 경치를 감상하며 걷는다


오랜만에 H 코스를 걸으니 5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플리트비체(Plitvice)를 표현하는 ‘요정이 사는 호수’라는 판타지 한 표현이 사실 의문스러웠었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런 표현을 쓰나 싶었는데, 코스 초입부터 나타나는 장관에 바로 납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만나보진 못했다. 


H 코스를 시작하면 만나는 첫 장관. 맑은 호수에 헤엄치는 오리의 발과 그 밑을 지나가는 물고기떼들이 선명하다.

플리트비체(Plitvice)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수백 개의 폭포들이 있다. 그 덕분에 숲을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폭포소리가 가슴 깊숙이 파고 들어와 시원해지는 기분을 들게 한다. 걷다가 한 번씩 깊은숨을 들이쉴 때 폐까지 파고드는 맑은 공기는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듯한 청량감도 전해준다. 


플리트비체(Plitvice)를 걸으며 만난 폭포들

걷는 즐거움이라 해야 할까. 여행을 하면서 트래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곳이 바로 플리트비체(Plitvice)를 걷고 난 후부터였다. 난 여행은 바쁜 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모든 체력을 소모하고, 숙소에서 잠만 자고 나오는 것이 최고의 여행인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가끔 여행이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 업무 같기도 했다. 이런 나의 여행 방식에 대한 틀을 깨준 곳이 바로 이곳, 플리트비체(Plitvice)였다. 숲속에서 폭포 소리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천천히 걸으니, 서두를 필요 없는 여유로움 속에서 오는 즐거움도 여행의 한 방식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걷는 즐거움이 있는 플리트비체(Plitvice). 그저 걷는 것이 좋았다.

플리트비체(Plitvice) 국립공원은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걷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인지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경치를 감상하며 걷다가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어린아이부터 배낭을 메고 천천히 걷는 노부부까지. 


하루는 인터넷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한국인의 표정은 무표정이다.’ 외국인들이 본 한국 직장인의 모습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무의식중에 가지는 표정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런 표정들은 볼 수 없었다. 그저 걷는 것 밖에 할 게 없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자연을 보호한다고 음식물 섭취도 제한적이고 (돗자리 깔고 도시락 까먹는 행위 등), 생수 한 병 구입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오로지 자연에만 신경을 쓴 곳이지만, 힘들어하거나 짜증 내거나 화를 내는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내 표정을 봤다면 걷는 순간만큼은 무표정이 아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걸으며 만난 풍경들, 특히 이곳의 최상위 포식자는 오리인 것 같다. 어딜 가더라도 오리밖에 없었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H 코스를 걷다 보면 어느새 보트 탑승하는 곳에 도착한다. 성수기에는 줄이 길어서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하지만, 건너면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화장실이 드디어 나타난다. 이 전편인 ‘라스토케 편’의 마지막에 플리트비체(Plitvice)를 가기 전에 미리 장을 보면 좋다고 했었다. 물과 간단히 먹을 음식들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여기 보트 타는 곳까지 오기 전에 생수를 사거나 먹을 것을 사는 곳은 입구 1과 2에 있는 매표소를 빼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는 길에 사야겠다란 생각으로 코스를 진입하면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살 수 없기 때문에 꼭 미리 준비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추천한다.


보트를 탑승하는 P2 포인트. 꼭 H 코스 방향인 P3로 가는 방향을 타도록 하자.

보트를 탑승하고 나면, 유유자적 바깥을 바라보며 잠시 오랫동안 걸으며 지쳤던 다리를 잠시 풀어주면 좋다. 그리고 이 보트는 전기 보트이기 때문에 혹시나 호수가 오염되진 않을까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보트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풍경

보트가 목적지(P3)에 도착하면, 레스토랑이 바로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메뉴들도 생각보다 다양하며, 가격도 많이 비싸지가 않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 난 무난하게 치킨버거를 먹었는데 꽤 맛있게 먹었다. 여기를 지나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에 꼭 여기에서 해결하길 바란다. 그리고 기념품 샵도 있으니,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미리 사도록 하자. 나처럼 자석을 모으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자석을 보고 고를 수 있다. 


레스토랑은 2개 있는데, 크지 않아서 생각보다 줄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식사를 마치고, 코스를 다시 걷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익어 이제 익숙해질 즈음에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해주는 동굴이 나타난다. 5년 전에도 그냥 지나치질 못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동굴까지 가는 길도 예쁘지만, 동굴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체력이 된다면 잠시 올라가 보도록 하자. 다만, 길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난 5년 전에 남겼던 사진과 똑같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더욱더 동굴을 지나칠 수 없었다.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동굴, 건너는 길도 예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꼭 찍고 싶었던 사진. (상) 2013년도 (하) 2018년도. 동일한 장소에서
동굴에서 바라본 뷰

동굴에서 구경하고 나오면, 올라오는 길에 잠깐 봤던 수많은 계단길이 보인다. 이 길을 걸어 올라가면, 갑자기 코스를 끝내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정말 급한 일이 있지 않다면 괜히 올라가지 말고 걷던 코스를 계속 걸으면서 경치를 관람하며 걷도록 하자. 난, 호기심 때문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코스의 끝부분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와서 힘들게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오고야 말았다.


다 오르고 나서 후회했다

동굴로 가기 위해 잠시 빠졌던 길을 다시 걸으며 경치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언덕 위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길면서도 짧게만 느껴지는 코스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그리고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밑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덕에 발걸음이 느려져, 오르막길도 힘들지가 않다. 


H 코스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지그재그 길이 있는 언덕
언덕 진입하기 전에 폭포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
언덕을 오르면 비로소 보이는 모습들. C 코스는 이 모습을 먼저 보고 시작한다

여행은 끝나기 전까지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언덕을 지그재그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숨은 포인트가 나타난다. 13년도에 처음 발견했던 곳인데,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난 난간 넘어서 보는 것이 아닌,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바위 위에서 찍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곳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과 마주쳤는데 서로 엄지를 세우며 멋진 풍경에 대한 감탄을 했다.


13년도에 나를 크로아티아로 이끌었던 풍경이며, 5년 전과 동일한 곳에서 사진을 남겼다


이 풍경을 끝으로, 길을 끝까지 올라오면 입구 1이 나타난다. 그리고 여기에서 버스를 기다려서 타면 처음 내가 표를 샀던 입구 2로 돌아간다. 그러면 플리트비체(Plitvice)의 H 코스는 전부 끝이 난다. 


H 코스의 끝. 입구 1. 여기서 버스를 타고 다시 입구 2로 가면 완전히 끝난다


행복한 트래킹을 마치고 나서, 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다음 일정인 일몰이 아름답고 바다 오르간 소리가 환상적인 자다르(Zadar)로 가기 위해 다시 핸들을 잡고 드라이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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