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1시간 30분 정도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하면, 일명 ‘일몰 맛집’으로 불리는 자다르(Zadar)에 도착한다.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오전에 흘린 땀을 간단한 샤워로 씻어내리고, 곧바로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플리트비체에서 C나 H 코스를 걷고 자다르(Zadar)로 출발하면, 일몰을 감상하기 딱 좋은 시간에 도착한다.
5년 전의 추억 덕분에 얼마 전에도 왔었던 것처럼 익숙한 바닷가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거리에 즐비해있는 기념품 샵들을 구경하다가, 상당히 익숙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바로 군 옥수수 파는 곳이었다. 때마침 배도 출출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옥수수를 즐겨먹던 나는 간단한 간식거리로 1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난 인생 옥수수의 맛을 느꼈다. 단짠의 조화가 예술이었는데, 옥수수 자체가 이렇게 맛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볼 정도였다. 나름 옥수수 경력이 꽤 오래됐지만 조미료 등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닌 품종 자체가 아주 맛있는 것이었다. 크로아티아 옥수수의 매력에 빠져 앞으로 방문하는 도시들에서 무조건 옥수수를 사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자다르(Zadar) 이후에 만날 수 없었다. 그때 더 사 먹을 걸이란 후회를 하며 지금까지 그 맛을 그리워하고 있다.
옥수수를 손에 들고 점점 더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바다 오르간을 향해 걸어갔다. 오르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매력적인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여러 도시들 중에서 자다르(Zadar)가 일몰 맛집으로 불리는 이유는 일몰을 감상하면서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가 연주하는 바다 오르간 소리 때문이다.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지는 붉은 태양과 함께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주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여러 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화음으로 들리는 파도의 연주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행복해진다. 이런 멋진 장관 앞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 순간에 집중을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완벽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원한 맥주를 미리 준비해서 시각과 청각 그리고 미각까지 충족시켜주도록 하자. 단언컨대 크로아티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해가 수평선 뒤로 완전히 넘어가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올드타운의 야경을 감상하러 갈 차례다. 자다르(Zadar)의 올드타운은 크지 않기 때문에 금방 둘러볼 수 있다. 바닷가 쪽의 주황빛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성 도나투스 교회’가 보인다. 앞에는 유적지 같은 공원이 있는데 그대로 노출시켜놔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삼각대를 펼쳐두고 사진 찍기도 좋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다면 여유롭게 멋진 배경으로 여행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성 도나투스 교회를 뒤로하고 올드타운 내부로 들어가면, 바깥과 다르게 백색 빛의 거리가 나타난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엄청난 매력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크로아티아의 소도시 모습은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저녁 식사도 하며 적당히 체력이 되는 정도로만 둘러보기에 좋다. 난 여유가 있어 자다르(Zadar)의 올드타운을 벗어나 신시가지 쪽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산책하고 내일을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사람이 없는 아침에 산책을 위해 일찍 나왔다. 자다르(Zadar)의 올드타운 모습은 밤보다 아침이 훨씬 매력적이다. 어제 늦은밤까지 북적이던 거리는 매우 한적하고 가끔 일찍 떠나는 여행객들의 모습밖에 없었다. 어제와는 반대로 올드타운 내부부터 둘러보고 마지막에 바다 오르간을 보는 것으로 코스를 정했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성 도나투스 교회의 모습은 전날 밤에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주황색과 녹색의 포인트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이미 결혼한 나도 다시 웨딩 스냅을 찍고 싶을 정도로 아침에 본 교회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혹시라도 크로아티아에서 웨딩 스냅을 계획 중이라면 자다르(Zadar)에서는 흰색 톤의 드레스나 원피스에 보랏빛 라벤더 꽃다발을 포인트로 추천한다.
크로아티아의 소도시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장이 열리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 산책하다가 시장을 만나면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한 편이다. 자다르(Zadar)에 열린 새벽 시장에서 난 바닷가에 앉아 아침으로 먹을 빵과 과일을 구매했다. 익숙한 과일과 채소들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 신기하다. 그리고,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납작 복숭아 같은 것들은 일단 괜찮아 보이면 사고 본다. 그 달달한 맛이 국내에서 먹는 복숭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둘러보고, 올드타운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성곽 위로 올라갔다. 전날에 어두워서 놓친 또 다른 모습들을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올드타운의 외부는 내부와 달리 관광객들로 인해 많이 활발했다.
크게 한 바퀴를 돌고 성곽에서 내려와 마지막 목적지인 바다 오르간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귓가에 울리는 오르간 소리는 여전히 환상적이었다. 비록 눈앞에 붉게 타오르는 일몰은 없지만,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오르간 소리는 떠나기 싫을 정도로 귓속을 파고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시장에서 구매한 빵과 과일을 먹으며 푸른 바다와 끝이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자다르(Zadar)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평소와 다르게 이번에는 수영복을 입고 출발했다. 다음 도시에 예약한 숙소에 가기 전에 플리트비체와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크르카(Krka) 국립공원에서 수영을 즐기고 가기 위해서다. 크르카(Krka) 국립공원은 수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립공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