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퍼지는 커피 향기
이번 기나긴 추석 연휴 중 일부를 강원도에서 보냈다. 예약한 숙소는, 통일 전망대 밑. 거의 최북단이었다.
출발 당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이미 어두워진 길에 쉬어갈 겸 근처 카페를 탐색했다. 밝은 조명이 나를 이끌기에 커피 한잔을 하고자 잠시 들렸다.
비가 내리는 저녁에 전구가 밝히는 불빛 아래 자리를 잡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장시간 운전에 대한 피로를 풀었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서 이리저리 찍어보지만, 역시나 마음처럼 예쁘게 찍히진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여기까지 왔으니 통일 전망대를 가기로 했다.
해금강과 금강산을 바라보며 저 멀리 보이는 초소에 북한군이 있다는 생각에 괜히 긴장을 했다가,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해서 다시 카페로 향했다.
이번에 들린 카페는 허름한 곳이었는데, 딱히 꾸민 것 같지도 않았다. 빈티지함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인테리어 비용이 내가 들린 카페 중 가장 적게 들었을 것 같은 곳이었다. 그냥 나무판자를 테이블로 쓰고, 어시장에서 생선 보관하는 팔레트를 테이블로 쓰고, 벽돌로 받침대로 쓰는 곳이었는데 커피맛은 별로였다.
SNS에 빈티지함의 사진을 올리고 싶다면, 한 번은 들려볼 만하지만 커피를 위해서라면 추천하고 싶진 않은 곳이었다.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다가, 저녁에 속초 중앙 시장에 가서 먹거리도 사고 하루를 마무리 짓고 다음날 여행의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몸에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카페로 갔다.
예전에 사진 찍기도 좋고, 뷰도 좋은 곳이라 네비 찍고 갔는데 다른 곳으로 안내를 해줬다. 그래도 온 것 어찌하겠나 싶어서 그냥 자리 잡고 커피를 마셨다.
의외로 커피는 맛있었다. 요즘 산미가 강한 커피를 즐기는 중이었는데, 여기 커피가 딱 그랬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뷰를 즐기지 못했기에, 이내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남은 커피를 마저 즐겼다.
요즘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에 가서 줄을 서가며 식사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막국수를 몇 번 먹었는데, 처음으로 맛있다고 한 곳이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시 입이 심심하다. 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애연가들은 이런 기분일까. 입이 다시 커피를 원하는 듯, 다시 심심해졌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카페로 네비 찍고 갔으나, 어마한 자리와 어마한 인파들 그리고 주문하기 위해서 한참 줄 서야 하기에 그냥 포기하고, 한적한 곳의 카페를 찾아갔다.
사람도 없고, 카페 앞에 자리 잡은 작은 캠핑카가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원했던 카페를 드디어 만났다.
쿠션에 누워서 조용히 파도치는 바다도 바라보았다가, 캠핑카 안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놀다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도 구경하며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해외여행을 떠날 땐,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을 정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정 짜는 것이 귀찮아졌다. 특히, 국내 여행만큼은 일정을 거의 안 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를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지역에 이름 있는 카페들을 투어 하는 것이 국내를 여행하는 나의 또 다른 방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음엔 어느 카페를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