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개운했던 아침, 그냥 쉬고 싶었다.
가을처럼 개운하게 일어난 날
푹신한 침대에서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알람이 울리기 전이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씩 아침에 유난히 개운하게 일어나는 날이 있다. 보통은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이유 없이 이대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휴가를 내고, 다시 침대에 다시 누웠는데 잠도 오질 않는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한 번씩 다녀오던 용인 민속촌이 생각이 났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 없이 조용히 걸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마지막 단풍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챙기고 민속촌으로 출발했다.
용인 민속촌 1등 한 날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 출근 준비하는 직원들만 있을 뿐. 주차를 도와주시는 아저씨께서 먼저 말을 걸어오신다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라는 당혹스러움과 궁금함이 묻어 나오는 질문에 나는 "조용히 구경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 9시 30분부터 티켓팅을 할 수 있는데, 오랜만에 부지런을 떨었더니 40분 전에 도착해버린 것이다. 관람객 중에서는 1등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 차 안에서 대기만 할 순 없기에 헤드셋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무한 반복 재생해놓고, 카메라를 한 손에 쥐고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 것에 기분이 좋았다.
사진을 찍으며, 매표소 주변을 서성였다. 9시가 넘어가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고 부지런하게 출근하시는 직원들 틈에서 혼자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여유로움을 만끼할 시간이다.
빛이 유난히 좋았던 날, 가을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가지다.
단풍이 절정인 민속촌의 모습은, 마치 과거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평소에는 구경하러 오면 관광객들이 많아서 조용하게 관람할 수 없었고, 찍고 싶은 장면들에도 관광객들이 계속 담겨서 원하는 모습 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평일 이른 아침에 혼자서 이 모든 공간과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더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침이라 빛도 좋았다. 그래서 이 빛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른 새벽에 들어와 빛 내림도 담고 싶었지만 오픈을 9시 넘어서 하기에, 사실상 나로선 불가능했다. 해가 머리 위로 올라가버리면 빛이 좋은 시간대를 놓쳐버리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사진 찍기도 힘들었다. 계속 포인트를 찾아다니면서 나름 좋은 사진을 담으려고 열심히 애썼다. 그러다가 간혹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찍게 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오로지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놓치기 아까워서, 구석구석 놓치는 것 없이 여러 프레임을 구성하며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생각하는 데로 표현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결과물을 집에 가서 걱정하기로 했다.
3시간 가까이 집중하며 사진을 찍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에 한 번씩 즐기던 시간을 정말 오랜만에 가져서일까, 아침에 갑작스럽게 휴가를 낸 죄책감은 이미 사라졌고, 개운하게 일어난 아침이 오늘 하루의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민속촌 밖에는 유치원에서 단체로 관람을 많이 왔다. 유난히 부지런했던 오늘이 참 고마운 날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식사도 하고, 좀 쉬다가 해가 질 때쯤 맞춰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하늘 공원에 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