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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un 08. 2018

방콕 : 여행자의 도시

올해 2월에 다녀온 나라, 태국. 그중에서 여행자의 도시로 불리는 방콕을 다녀왔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음식 뿌빳뽕커리, 맛은 모르지만 한 번은 들어본 똠얌꿍, 꼭 가봐야 하는 여행자의 거리 카오산 로드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나라 이기도하다. 그리고 요즘 TV 프로그램은 여행 또는 먹방, 하나로 합쳐진'여행 & 먹방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많아져서 채널 돌리는 곳마다 해외여행 중이다. 특히, 방콕이라는 도시는 너무 자주 나와서 마치 내가 다녀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방콕이 얼마나 좋길래 여행자의 도시라는 칭호를 얻었고, 전 세계의 여행객들을 여기로 모으는 것일까.


불과 한 달 전에 사이판 프랑스 파리를 다녀온 나에게 출국이란 다시 좁은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선명하지도 않은  작은 스크린 화면에서 볼만한 영화를 검색하고, 편하지도 않은 자리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공간과 편안함을 탐색하는 상당히 수고스런 일이었다. 그리고 선택지가 치킨 or 비프로 제한적인 기내식 메뉴를 신중히 고민하는 게 싫어서(결국 치킨을 주문하면서 항상 고민한다. 가끔 피쉬가 들리면 잠시 고민하지만, 역시 치킨) 잠시 여행을 멈추고 집에서 쉬면서 국내 여행이나 다닐까 했지만, 여행이란 시간과 기회가 있을 때 떠나야 하는 것이기에, 방콕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출국 수속할 때마다 지켜지지도 않을 '다음부터는 국내여행만 해야지'란 다짐을 하며 다시 하늘을 날아 방콕으로 갔다.


미식의 도시


방콕에서는 똠얌꿍, 뿌빳뽕커리, 땡모반, 솜땀, 팟타이 등 국내 태국 음식점에서 한 번씩 먹어봤을 법한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여행을 떠난 나라의 음식이 안 맞는다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된다. 그 정도로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몇 년 전에 홍콩 여행을 갔을 때 향신료가 강한 현지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일행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에 햄버거만 5끼를 먹을 정도였는데, 홍콩에서 음식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어서 여행에 대한 기억도 많지 않은 편이다.


방콕 음식은 생각보다 향신료가 강하지 않고,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고수의 향도 심하게 나지 않았다. 그래도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마이 싸이 팍치 - 고수 빼주세요'를 말하면, 큰 거부감 없이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5년 전 인도에 갔을 때, 현지인이 맛있다고 추천한 물소 젖에 고수를 갈아서 만든 라씨를 마신적이 있었다. 딱 한 모금만 마시고 강한 거부감 때문에 더 이상 마시지 못했었는데, 숨 쉴 때마다 하루 종일 입안에서 진한 고수 향이 올라와 한참을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고수는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떨어질 정도로 싫어했었는데, 이런 내가 방콕에서 고수를 빼지 않고도 맛있게 즐길 정도였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비즈니스 석을 타는 사람보다 고수를 맛있게 먹는 사람이다.


현지인들의 생활공간, 나에겐 여행 공간


여행을 하면서 손쉽게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시장이다. 어릴 때부터 시장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그 나라의 시장은 꼭 들러본다. 뭔가 사고 싶어서 들른다기보다는, 그냥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어서다.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바로 사 먹을 수도 있고, 기념품이나 선물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특히, 방콕의 시장은 굉장히 독특해서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기찻길 옆으로 시장이 열리는 메끌렁 시장, 강 위에 수상 가옥을 짓고 시장을 여는 담넌사두억 수상 시장, 그리고 밤이 되면 화려하게 변하면서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을 부르는 야시장까지 하루 종일 시장만 다녀도 다 못 둘러볼 정도로 가볼만한 시장들이 많다.


메끌렁 시장은 위험한 기찻길 시장으로도 불리는데, 평소에는 철길따라 일반 시장처럼 많은 음식들과 물건들을 팔지만 정해진 시간마다 기차가 들어올 때면 순식간에 천막과 물건들을 치우며 기차가 지나갈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구경하던 여행객들도 상가들 틈에 몸을 붙여 옷깃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기차가 신기한 듯 다들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고 있다. 기차에 타있는 사람들도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그 모습을 담는다. 기차가 지나가면 순식간에 원상 복귀되는 시장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여행객들이 많아 명절 귀성길처럼 지나가는 길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천천히 걸어가지만 내가 여태껏 다녀본 시장 중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재미있는 시장이었다.



우리가 방콕의 시장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수상시장을 떠올릴 것이다.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은 오전에만 열리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배 위에서 유유자적 다니면서 음식도 사 먹고, 이것 저것 구경하면서 흥정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나의 기대와 달리 이미 좁은 강 위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고, 교통체증이 심해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 실망했었던 곳이다. 그래도 배가 천천히 가고, 자주 정차하는 덕분에 나는 주변을 더 집중해서 둘러볼 수 있어서 사진 찍는 나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마 순식간에 지나갔다면, 사진을 찍느라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텐데, 사진도 찍으면서 눈으로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실망했었던 마음도 풀리고 오히려 나 같은 이들에겐 이런 교통정체의 흐름은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이 현지인들보다 관광객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면서 모습이 많이 변모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력이 있는 곳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다시 방콕에 온다면 여기를 또 올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No'이다.  암파와 수상시장이나, 랏마욤 수상시장에 방문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느끼고 싶다.



해가 질 때쯤이면 활발해지는 야시장을 가야 한다. 유명한 짜뚜짝 시장은 주말에만 열리는데, 평일에 방문한 나는 들릴 수가 없어서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딸랏롯파이2' 야시장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며, 어느 야시장처럼 저렴한 가격에 많은 먹을거리들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지갑이 가벼운 여행객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내가 이 곳을 방문한 목적은,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시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 때문이었다. 시장 중심에 있는 식당들의 2층이 사진 포인트인데, 여기에서 찍으면 조명이 들어와 알록달록 빛을 내는 천막의 모습을 정말 예쁘게 담을 수 있다. 이 모습이 담고 싶어서 음식을 주문하고 2층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카드 계산은 안된다고 하여 현금이 부족했던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군것질 한 돈만 아꼈어도 올라와서 기대했던 사진을 찍는 것인데, 방콕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때 용기를 내서 사진만 찍고 내려와도 되냐고 물어볼걸이라며 후회를 많이 했다. 결국 모퉁이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쉬운 데로 야시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위로를 해야 했지만,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다.



불교 국가에서 낭만 찾기


태국은 대표적인 불교국가이다. 인구 95% 이상이 불교를 믿을 정도로 모든 곳에 그 흔적들을 볼 수 있는데, 관광객에게는 이 또한 좋은 투어 거리가 된다. 특히, 방콕에서 경험해봐야 할 낭만 포인트가 3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왓 아룬 사원의 일몰과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다. 짜오프라야강 강변에 있는 뷰가 좋은 레스토랑에 앉아 방콕의 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내려보낼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자리 선점이 필요한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도착해서 이 모습을 본다면 어느 정도의 번거로움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낮에 보던 하얀빛의 왓 아룬 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명 때문에 금빛으로 바뀐다. 이 자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미식이기에 맥주 한잔이 어느 만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두 번째는 아유타야 지역의 일몰을 바라보는 것이다. 방콕을 여행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았다고 말하는 곳이며 또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미얀마와 전쟁의 흔적(불상의 머리가 모두 제거되어있다.)이 남아있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전쟁 중 떨어진 불상의 머리를 보리수나무가 들어 올려 뿌리에 불상 머리가 박혀있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기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 방문을 한다. 이 지역을 둘러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이런 마음을 달래주는 듯 해가 질 때쯤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아유타야 지역에서 가장 낭만적인 시간은 해가 지기 1시간 전부터 지고 난 1시간 후인 흔히 말하는 골든아워 타임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이면서, 여행을 할 때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기에 이 시간대에 내가 있을 곳을 미리 계획을 할 정도다. 왓 아룬처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바라볼 순 없었지만, 이곳의 경건한 분위기와 눈 앞에 불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모습 때문에 이 순간만큼은 나만의 낭만보다 이 곳만의 분위기에 취하기로 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시끄럽지 않고 다들 조용히 이 모습을 바라봤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밤이 되면 방콕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면서 모든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인 카오산 로드다.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북적거리는 모습이 우리나라로 치면 이태원과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구글 지도에서 카오산로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스트리트보다 한 블록 위에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지도에서 알려주는 데로 나란히 상가들 사이로 이어진 길이 카오산 로드인 줄 알고 실망했었다. 명동 같은 느낌이 강해서였는데, 아쉬워서 두 번 왕복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데 구경을 하기 위해 한 블록 위로 올라갔더니 비로소 눈 앞에 내가 바랬던 여행자 거리의 모습이 펼쳐졌다. 나만 모르고 다들 알았는지 이미 북적거리는 그곳에서 다들 각자의 낭만을 찾아 분위기를 이미 즐기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충분히 배를 채우고 온 나는 많이 아쉬워서 걷기만 했지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들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이렇게 좋은 분위기라면 정말 여행자를 위한 도시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오는 칭호를 가진 도시 방콕. 특히, 여행지를 정하는 기준이 사진 찍기 얼마나 좋은 곳이냐인 나에게 방콕은 마치 선물 같은 존재였다.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들과 쇼핑거리, 한 지역에만 하루 종일 있어도 사진 찍을 거리들이 넘쳐나는 방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왜 TV 프로그램에서 방콕을 이렇게 많이 다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갑이 가벼운 여행자들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도시인 방콕은 여행자의 도시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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