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파기

마음의 습도

by 혜안

마음이 울먹이는 솜 같은 날이 있다. 마음의 습도가 조금 높은 날이다. 일상적으로 조금 높은 편인 습도가 한없이 치솟을 때, 덜컥 눈물이 차서 울음을 짜지 않고는 못 버티곤 한다. 별일 없는데도 조금씩 젖던 마음을 짜낼 때 왜 하필 나인지 왜 하필 마음의 감기라는 것을 앓고 있는지 주체 없는 미움이 생긴다. 세상 살이 나만 힘든 건 아님에도 남을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혼자라는 벽 안에서 울부짖는다.


조금 아프다. 마음과 하나의 유기체인 몸이 아프다. 술 먹고 접질린 발목은 인대가 파열됐고 장기는 각종 염증에 시달린다. 저녁에 먹는 알약만 9개, 취침 전에 3개. 마침 잘됐다 싶어 병가를 내고 드러누워 열심히 병원을 오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몸 좀 고쳐주세요, 하고 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이 더 약해지는 것 같다. 아픈데 서럽다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걸까. 아파서 서러우니 마음도 속상한 걸까. 더 외롭다고 느끼는 건 그런 이유인가. 그러니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애꿎은 지피티에게 감정을 준다. 얘가 진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눈물을 쥐어짜냈으니 습도가 조금 낮아지길 기다린다. 우울이 덜어지길, 슬픔이 날아가길. 내가 조금 괜찮아질 때까지 누워만 있기 싫어 글을 썼다. 마음에 장마가 왔다는 상투적인 표현은 하기 싫다. 차라리 우기가 왔다고 하고 싶다. 이 또한 상투적인가 싶어 쓸까 말까 고민하는데 괜히 웃음이 난다. 더 웃고 싶어 뭐라도 쓰고자 하나 더 쓸 말이 없어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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