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파기

나보다 사랑하는 너에게

by 혜안

전부터 믿어오던 게 있다. 사랑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쓰면 쓸수록 닳는 건전지 같은 것이라 믿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사랑을 쏟았고 그 모든 게 닳아 나마저도 사랑할 수 없게 됐다고 믿었다.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건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들이붓지는 않았을 텐데. 돌아오지도 않을 마음에 그토록 공을 들이지 않았을 텐데. 최소한 나를 방어할 사랑 정도는 남겨 놓았을 텐데.


그 출처는 어디서 오는 걸까. 메말라 척박해진 마음에 너는 단지 비를 뿌렸을 뿐인데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다시금 마음이 샘솟고 사랑을 한다.

나는 그 물을 조금씩 퍼냈다. 퍼내고 또 퍼내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다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랑을 할 마음을 조금은 남겨두고 싶었다.


나는 생각해. 내가 퍼낸 물을 너는 담아주었다고. 네 마음까지 가득 눌러 차고 넘치도록 담았다. 마음을 남길 공간조차 모두 메워버리곤 했다. 사실 남겨둔 공간에서 외로워 떨고 있는 모습을 알고 있는 것 마냥. 차고 들어오는 물속에서 열심히 헤엄쳤다.


그래서 불안했다. 잔뜩 불어난 사랑이, 내가 무거워져 네가 침몰할까 봐. 네가 그 무게를 부담스러워 하고 나를 떠날까 떨고 또 떨었다. 마음이 한없이 축축해져 눈물이 덜컥 나는 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너인데 네가 없어지면 어쩌나. 자다 깨 한참을 울다가도 네 등에 기대어 잠들고는 하는데. 차가움에 잠에서 깬 네가 말없이 안아주는 밤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사랑을 전하던 넌 물었다. 얼마큼 사랑해. 그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우주만큼 사랑한다 했다. 사실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돼 버렸다.


네게 이 마음을 다 전하기 위해서라도 그만 떨어야겠다. 최선을 다 해 후회하지 않아야겠다. 한없이 무거워지더라도, 그 무게에 같이 잠수하더라도. 두 눈 뜨고 물속에서 서로를 마주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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