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파기

듣기 불편한 말만 하는 사람

파기, 부수는 동시에 파내는 일

by 혜안

듣기 좋은 말은 뭐고 듣기 싫은 말은 뭘까.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을까, 싫은 말이 많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겠지. 요즘은 ‘별’ 말을 다 듣기 싫은 말로 치부한다. 타인의 하루, 일상, 취향, 취미, 입맛, 속내, 생각, 아픔, 약점 중 몇 가지나 듣고 싶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와 남 사이 선이 진하고도 굵게 그려진 것 같다. 다가가면 떨어지기라도 하는 절벽처럼. 뚝 떨어져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을 것 같다.


그중 가장 듣기 싫은 건 타인의 아픔이자 약점일지도 모른다. 네가 아픈 거 안 궁금해. 네가 우울증인 거 안 궁금해. 듣기 싫어. 나를 향해 쏟아지는 남이자 나의 말이 조금 따갑다. 사람들은 남에게 공감하고 같이 쓰라리기엔 지쳐있다. 각자의 이유와 사연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차갑고 냉혈하다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듣기 불편한 말을 할 것이라 다짐하는 글이다.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못 된다. 나는 솔직하게 아픔을 토로하고 싶고 누군가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 나의 아픔에 질색하더라도, 한번 잡숴보세요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제가 좋은 말을 하는 날도 올 수 있잖아요. 당신이 듣고 싶은 달달한 말을 하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비록 듣기 싫고 불편한 말만 하더라도 들어주는 누군가 있으리라 믿으며. 때로는 듣기 싫어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가며 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두 사람 늘려가면서 사람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나 또한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찔러도 본다. 어차피 모두 지친 거 같이 앉아 쉬어가자는 뜻이다. 슬픔을 반으로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둘이라던가. 같이 좀 슬퍼하면 어떠한가. 이 사람의 슬픔으로 나 또한 울어보고 내 울음으로 이 사람 또한 슬퍼봤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듣기 불편한 내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열심히 마음을 토해내며 내 우울증 점수가 제법 낮아졌음을 살며시 고백해 본다. 듣기 좋은 말도 살짝 섞어본다. 계속 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작은 뇌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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