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자
그림쟁이들은 그림자까지 그려.
노래를 듣다 우연히 들은 가사. 마침 옆에는 그림쟁이가 있었고 이 아이는 그림자까지도 모두 그려내겠구나 싶었다. 어디서 빛이 들어오는지 관찰하고 그 반대편을 뚫어져라 보겠구나. 어두컴컴한 그림자를 보며 무엇을 담아내고자 할지 궁금해졌다. 혀끝을 타고 올라오는 질문을 삼켜본다. 혹시 내 그림자까지 보이니. 내 그림자를 관찰하곤 하니. 그럼 무슨 감상을 하니.
글쟁이들은?
글쟁이들도 그림자까지 쓰는 걸까. 나의, 남의 검정을 쓰곤 하는 걸까. 이를 감정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그림자를 어떻게 보고 있나. 너무나 길어 저 수평선까지 닿아버리면 어쩌나. 그럴 리 없음을 알고 있으나 걱정한다. 그늘진 곳에서 잔뜩 축축해져 버려 닿기 싫었던 기억과 그림자까지 모두 적어버리고 바싹 말리고 싶다. 햇빛 아래 짧은 그 그림자처럼.
2. 꿈과 나
악몽을 꿨다. 약을 먹지 않고 잠든 밤의 꿈이었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나왔다. 엄마, 아빠, 한 번도 나온 적 없던 동생까지. 나를 향해 한없이 찔러오던 말과 표정을 기억한다. 익숙한 어투가 너무나 아팠다. 두꺼비 집이라도 지어주듯 꽁꽁 잘 덮어뒀던 기억이 무덤이라도 파는 마냥 헤쳐 나왔다.
잠에서 깨 새벽 어스름 속에서 멍하니 있었다. 그러곤 울었다. 펑펑. 울고 또 울었다. 나를 그토록 아프게 하는 이들을 잘 알고 있어서 눈물이 나왔다. 그들에게 나쁜 면만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상처를 줬는지 짐작이 가기에. 그럼에도 있는 대로 칼집 수놓은 것이 밉고 또 미워서 울었다.